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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2% 부족한 항공빅딜
기사입력 2020-11-3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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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발표한 날 '빅딜(big deal)'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국내 1, 2위 항공사가 합쳐 세계 7위 항공사로 다시 탄생하는 큰 거래란 의미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빅딜에 대한 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외환위기 직후 1998년 7월 청와대에 현대 대우 삼성 LG 등 재벌 총수들이 모였다.

그들이 머리를 맞대고 살길을 모색한 결과 '대규모사업교환(빅딜)' 추진 방침을 내놨다.

곧이어 대우그룹의 전자 사업과 삼성의 자동차 사업을 맞교환하고 LG와 현대는 반도체 사업을 통합한다는 발표가 잇따랐다.

정유 석유화학 항공 등 재벌그룹 내 사업도 통합하기로 했다.

재벌들의 자율 합의라는 설명을 붙였지만 누가 봐도 정부 강압에 따른 '울며 겨자 먹기식' 사업통합이었다.

재벌 구조조정을 강력히 요구한 IMF와 그들의 요구를 150% 받아들이기로 작정한 정부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빅딜'의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좋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대우전자 인수를 끝내 거부했고 삼성자동차는 1999년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빅딜에 실패한 대우그룹 12개 주요 계열사는 공중분해됐다.

LG반도체를 인수해 만든 현대전자(하이닉스)는 고전하다가 2012년 SK그룹에 넘어갔다.

당시 빅딜을 주도했던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회고록에서 "정부 주도의 빅딜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2020년 항공산업 통합 방안은 22년 전 빅딜의 기억을 다시 불러왔다.

우선 명분이 비슷하다.

외환위기 직후 대기업들의 부채가 너무 많아 생존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의 시장규모와 글로벌 경쟁력을 감안할 때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도 득세했다.

2020년 코로나19와 부실 경영으로 위기에 처한 항공업을 통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도 별반 다르지 않다.

외환위기 직후 서슬 퍼런 김대중(DJ)정부와 돈줄을 쥐고 있는 채권단을 좌지우지하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압박을 당해낼 재벌은 없었다.

이미 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고 향후 추가적인 자금 수혈이 불가피한 항공사들이 정부와 산업은행 결정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1998년 빅딜 때 정부와 채권단은 기업들을 뒤에서 압박했다면 2020년에는 산업은행이 항공사 모기업의 주주가 돼 전면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산업은행이 직접 뛸 만큼 상황이 더 엄중하다고 볼 수도 있고 '관치금융'의 강도가 한층 더 세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거 빅딜의 사례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당시 정부의 의지와 명분은 뚜렷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없었다.

사업교환을 선언하면 기업들이 알아서 진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섣부른 것이었다.

수차례 삐걱거리던 빅딜은 결국 패자만 양산하고 유명무실해졌다.

밀실 합의라는 비판을 받았던 '빅딜식 구조조정'은 이후 채권단 자율협약이라는 틀을 갖춘 워크아웃(Work Out) 제도로 바뀌었다.

이 제도는 훗날 법적인 토대를 만든 기업구조조정촉진법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앞으로다.

명분과 의지가 확실해도 구체적이고 세밀한 실행 방안이 없으면 구조조정은 실패한다.

시장과의 소통도 필요하고 상황 변화에 맞춰 살아 있는 유기체 같은 전략의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

특히 조급함은 금물이다.

DJ정부는 'IMF 조기졸업'에 대한 성급함으로 빅딜을 다그치다가 실패했다.

문재인정부도 집권 말기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함을 보인다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와 산업은행은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항공 빅딜'을 잘 진행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명분과 의지는 충분히 보여줬지만 치밀함과 시장 및 이해 당사자와의 소통에서는 2% 부족한 것 같다.

신과 악마는 모두 디테일에 있다.


[노영우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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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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