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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국민건강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기사입력 2020-11-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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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코로나19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서면서 한 달여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유럽 주요국들도 3차 유행이 시작된 11월 초부터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제적 생존의 위험이 한층 커지고 있지만, 가용한 의료 자원이 제한적이고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건강 위험의 피해가 경제적 피해보다 더 크다고 각국이 판단한 결과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속속 들려오는 백신 개발 성공 소식이 진퇴양난에 빠진 인류를 구원할 희망의 동아줄이 돼줄지 기대가 크다.


그동안 인류는 직면한 위기를 기술 진보로 극복해왔다.

특히 의료 기술이 인류 발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백신과 페니실린 개발은 인류를 전염병의 위협에서 구원했고, 1980년대 개발된 스텐트 기술은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수 있는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이바지했다.

지금도 어디선가 개발 중인 첨단 의료와 바이오 기술은 인간 생명 연장의 유토피아 실현을 앞당기고 있다.


그런데 의료 기술의 발전은 건강한 삶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우리는 기술 혜택에 의존하면서 건강 환경 개선과 건강 관리에 관한 관심을 느슨히 해왔다.

광우병,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21세기의 신종 감염병 발생은 산업화 및 도시화와 연관성이 작지 않다.

육류 소비 증가에 따른 근대적인 밀집 축산 관행 등은 생물종 경계를 넘어서는 신종 감염병의 원인을 제공했고, 높은 인구 밀도와 교통 발달은 그 전파력을 더욱 키워왔다.

스텐트 같은 심뇌혈관 질환 치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과 동시에 운동 부족, 잘못된 식습관, 비만 등 심뇌혈관 질환을 초래할 위험 행태의 비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반대로 의료 기술은 생명과 직결되는 건강 문제나 보편적 건강 문제와 같이 수요가 높고 경제성이 충분한 영역에서 발달해왔다.

특히 신종 감염병과 만성질환에 따른 질병 부담이 높아지면서 관련한 투자가 늘고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등 의료 기술의 가치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가치는 산업화, 도시화, 생활 방식의 변화로 발생한 개인과 사회의 비용을 암묵적으로 반영한다.

코로나19 백신은 개발자에게 큰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수많은 희생과 경제적 피해가 창출한 아이러니한 가치다.


의료 기술의 놀라운 발전에 힘입어 우리의 건강 정책은 건강 문제가 발생한 후 치료하는 것에 집중해왔다.

생명 연장 편익이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신의료 기술의 높은 가격으로 인한 개인과 국가의 경제적 부담도 작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 증진과 생명 연장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물론 치료의 사회적 편익은 앞으로도 여전히 크겠지만, 사후적 대응을 중심으로 한 건강 정책은 점점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나 급증하는 만성질환 진료비에서 보듯 사후적 대응의 비용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 증진을 위한 대안적인 방안은 건강 관리와 예방이다.

감염병의 원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사전적 건강 관리를 통해 만성질환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 같은 활동에도 비용이 발생할 테지만 사후적 대응에 소요되는 비용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

특히 지금의 코로나19 경험은 예방과 사전 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일깨워줬다.

건강한 환경의 조성과 사전적 건강 관리는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뉴노멀로 자리 잡아야 한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포함해 건강과 관련한 다양한 환경 문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며, 외부성이 높은 예방과 건강 관리를 위한 기술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우리 삶의 방식과 국가 건강 정책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예방적 규범을 만들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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