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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국가 안보 공백 누가 책임질건가
기사입력 2020-11-2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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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역할은 안보를 수호하고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다.

국제학자 한스 요아힘 모르겐타우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국가가 힘을 유지하고 증대시키고 과시하는 것도 외침을 막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 입만 열면 '튼튼한 안보'를 외치는 여권이 적폐 청산과 권력기관 개혁을 이유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고 심각한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문제가 된 법안은 국가보안법 개정안과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폐지법, 학교민주시민교육법이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년 만에 대표발의한 국보법 개정안은 제7조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를 삭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대공 수사가 무력화하면서 국보법 7조로 처벌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좌파 성향 대학생 단체들이 도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하는 백두칭송위원회를 결성하고 활개 치고 다녀도 아직까지 별 탈이 없다.

오히려 북한 폭정을 비난하는 대북 전단을 뿌린 탈북단체들의 법인 설립이 취소되고 주동자가 처벌받는 세상이다.

여당 의원들은 국보법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을 지적하지만 정작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잔인한 인권 유린이다.

지난 18일 유엔에서 16년 연속 채택된 대북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미국 등 58개국이 대거 참여한 것이 그 증표다.


하지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북한 눈치를 보면서 빠졌다.

이러니 국제인권단체에서 "한국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덮으려는 것 같다"는 비아냥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보법 7조가 표현·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여당 주장 또한 5·18 특별법을 만들어 정부 발표와 다른 의견은 모두 엄벌하겠다는 자신들 방침과도 모순된다.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고 정보 수집 권한만 남겨두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정보와 수사가 분리되면 효율적인 대처가 어렵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게다가 간첩은 제3국을 통해 들어오는데 국외 정보 수집 능력이 취약한 경찰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수사상 인권 침해는 막아야 하지만 개혁 명분에 사로잡혀 무리한 조직 개편까지 밀어붙여선 안 된다.

여당이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새로운 독립 교과목을 만드는 법안을 발의한 것도 못 미덥긴 마찬가지다.

국어·영어·수학처럼 별도 과목을 만들어 민주시민의 자질을 길러주자는 것인데, 이런 주입식 교육은 정권 이념의 강요로 변질될 소지가 크다.


여권이 3종 세트 법안을 발의한 것은 무엇보다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 남북 관계를 진전시켜 보려는 의도에서일 것이다.

여권이 공무원 살해 후 사과 통지문만 보낸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계몽군주' '통 큰 결단'이라는 찬사를 늘어놓고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라면 폐쇄적인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적 합의부터 구하는 것이 순서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없고 자유민주주의와 북한 주민들 인권을 위협하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정신적·물리적 무장해제는 삼가야 한다.

대북 압박과 대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공조를 위해서도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북한에 대한 굴종적 자세로 비위를 맞춰 유지될 수 있는 평화는 평화일수 없다(이춘근 '전쟁과 국제정치').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강력한 안보를 바탕으로 북한 도발을 단호하고 확실하게 억제하겠다"고 했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확고한 안보 태세로 나라의 정체성을 수호하고 국민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자 지도자의 책무다.

문 대통령의 다짐이 그저 듣기 좋은 허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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