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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형·신사형·정복형…당신의 골프 유형은?
기사입력 2020-10-3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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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오딧세이-60] 퇴직 후 기업체 자문역을 하는 한 지인은 요즘 골프 때문에 속이 상한다.


스코어가 들쑥날쑥한 데다 최근에는 드라이버 샷마저 맘에 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 보기에도 딱하다.

직장 다닐 때만 해도 80타 초반을 견고하게 유지했는데 퇴직 후엔 80대에 턱걸이하고 간혹 100타를 넘곤 한다.


"평일에 별도로 연습하지는 않아. 유튜브와 골프 채널의 레슨 프로그램을 보고 익히면 되지. 그래도 기본 실력이 어디 가겠나."
하도 스트레스를 받기에 어느 날 그에게 골프연습을 하는지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자기 나이에 굳이 연습이 필요하겠느냐며 젊었을 때 닦은 기본 실력이면 충분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순간 나와는 정반대 케이스란 생각이 스쳤다.

나는 매일 연습하고도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혹시 내가 '골프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더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자문했다.


골프를 오래하면서 동반자 개개인의 골프 유형을 그리게 된다.

스트레스가 기준이다.

스트레스 받는 강도, 수용 자세, 그리고 해소 방법에 따라 나뉜다.


같은 직장에 다니다 지금은 외국계 회사 임원으로 일하는 옛 동료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타입이다.

보기 플레이 정도 실력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연습도 하지 않는데 이 정도면 만족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백돌이가 될 때도 있는데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
숱하게 그와 골프를 했지만 여태 스코어 때문에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 받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내기가 붙어도 마찬가지다.

이기면 좋지만 지더라도 무덤덤하다.

패배에 대한 내성을 이미 키워놓은 듯하다.


성격도 긍정적이다.

골프가 아니라 평소에도 화내는 모습이 거의 없다.

직장에서 상관에게 혼나도 환경을 탓하거나 애먼 부하 직원을 달달 볶지도 않았다.

현실을 수긍하는 자기만족형 골퍼다.


두 번째는 필자 같은 보상희구형 골퍼다.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와줘야 만족한다.

나는 동네 스포츠센터에 연간 회원권을 끊어 매일 연습한다.


필드에선 10번 라운드를 하면 2번 정도 만족하고 나머지는 약간 서운하거나 어떤 때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1년 내내 연습하는데 왜 이 수준에 머무는지 한심한 생각도 든다.

예전엔 골프신동 소리도 들었는데.
연습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성적이 좋은 동반자를 보면 부러움과 함께 콤플렉스에 휩싸인다.

내기라도 붙어 돈마저 잃으면 스트레스 지수가 정점에 치달아 백을 메고 바로 연습장에 달려간다.


얼마 전 조조챔피언십에서 나란히 꼴찌로 추락한 우즈와 미컬슨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차분한 어조로 인터뷰에 임하는 그들도 속으론 부글부글 끓고 있었을까.
"불만족스럽겠지만 그 정도 성적 유지를 다행이라 여기세요. 세월 따라 연습과 레슨이 받쳐주지 않으면 실력이 줄 수밖에 없습니다.

"
박영민 한국체대 골프부 지도교수의 말이다.

안정적인 80대 중반 이하 타수 유지는 연습 없인 불가능하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단단한 싱글 핸디캐퍼는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일주일에 1~2번 필드에 나가고 나름 일관된 연습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론 승부집착형 골퍼다.

스코어보단 상대방과 겨뤄 이기거나 내기에서 돈을 따야만 만족하는 스타일이다.

90타를 치든 100타를 치든 상관없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


필자의 동반자 중에도 이런 유형이 있다.

일단 타당 1000원이라도 스트로크 게임에 집착한다.

승부에 몰두하다 보니 상대방이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친한 사이에도 정색을 한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승부를 즐기는 유형이다.

자기만족형 골퍼들이 이런 부류를 만나면 골프 룰을 정할 때부터 머리가 아프다.


고객만족형 골퍼도 있다.

주로 직장 다닐 때부터 접대가 몸에 밴 유형이다.

가능하면 동반자 모두가 기분 좋게 끝날 수 있도록 신경 쓴다.

본인 플레이에만 매몰되지 않는다.


동반자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좋은 공기 마시고 잔디를 밟으면서 하루를 즐기자는 주의다.

내기를 피하고, 하더라도 종료 후 재분배에 세심한 배려를 한다.


스코어에 별 상관하지 않기에 실력이 늘지 않고 그렇다고 스트레스도 별로 받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 씀씀이 때문에 동반자들이 좋아한다.


군주형 골퍼는 기피 대상이다.

주로 현역 시절에 받은 접대를 퇴직 후에도 떨쳐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기다리지 못해 셀프 멀리건을 쓰고 캐디에게 말해 스코어도 후하게 매긴다.


그린에서 셀프 컨시드를 일삼는가 하면 심하면 퍼트 멀리건도 쓴다.

내기에서 돈을 따면 돌려주지 않고 본인이 잃으면 돌려 달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압박한다.


비용을 n분의 1로 부담해야 하는 친구나 낯선 사람과는 골프를 피하고 주로 초청 골프만 찾아다닌다.

고위 공직자 출신이나 대기업 임원, 교수, 언론계 등에 종사한 사람들이 타 직종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진정한 골프 실력자가 드물고 동반자들도 점점 떨어져 나간다.


매너지향형 골프도 있다.

골프를 종합 매너 경연장으로 보는 타입이다.

동반자와 캐디를 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5시간 동안 플레이를 지켜보면 매너가 철저하게 몸에 밴 것이 드러난다.

게임에 임하는 진지함과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본인 플레이가 풀리지 않는다고 밑바닥 감정을 노출하거나 불필요한 잡담과 자학하는 태도가 없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디벗에 빠진 상대의 공을 빼주고 디벗에 놓인 본인 공은 그대로 친다.

클럽을 챙기거나 샷 동작, 이동 등 모든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고 진행이 매끄럽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겐 엄해야 한다는 골프 격언을 실천하는 부류다.

스코어를 줄여 달라고 캐디에게 구걸하지도 않고 감정을 절제하는 신사형 골퍼다.

인격적으로도 완성된 느낌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정복형 골퍼다.

고수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골프를 정복의 대상으로 삼는다.


자신이 목표한 싱글이나 이븐 타수를 넘기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

연습도 열심히 하고 이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자영업을 하는 한 지인이 골프를 끝내고 저녁 뒤풀이를 한 다음 다시 새벽까지 스크린골프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필드에서나 스크린골프장에서 미스 샷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원인을 분석한다.


구력 3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골프에 대한 열정은 똑같다고 말하는 그는 기량 향상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최근에는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40m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당연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패하면 점수를 떠나 자학하고 스트레스를 받죠. 30㎝ 퍼트를 놓칠 때 바로 그렇죠. 하지만 그 스트레스 때문에 몰입하게 되는 이중성이 내재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기현 현정신과의원 원장의 골프와 스트레스에 관한 심리 부검이다.

구력 30년의 옛 직장 선배는 평생 늘지도 않고 왜 이 지경이냐며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에게 골프연습은 없다고 한다.


"모든 스트레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노력 없이 결과를 바라니 괴로운 거다.

선택해야 한다.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든지,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지 말든지. 이를 깨치면 세상에 괴로울 일이 없다.

"
행복전도사 법륜 스님 말씀이다.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내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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