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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월요일] 백년이 지나도 나는 아프다
기사입력 2020-09-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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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란 목장에는 양들이 많았다.

어머니도 아내도 하늘도 땅도, 아는 것은 양치기밖에 없었다.

나라가 가라고 해서 어딘지 모르고 집을 떠났고 지옥 속에서 피투성이가 되었다.

죽어서야 드디어 전쟁이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작 죽어야 할 것은 전쟁이었다.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자를 조심하라. 사상이니 정의만을 외치는 자의 속셈을 조심해라. 그 긴 전쟁이 끝나고 백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몸이 아프다.

어머니도 아내도 보고 싶어 억울하다.

저쪽 해바라기 한 무더기까지 대낮부터 고개를 푹 숙인 채 해를 외면한다.


- 마종기 作 '갈리폴리 1' 중

시인 마종기는 어느 날 여행길에 에게해 근처 갈리폴리에서 뉴질랜드 병사의 무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내 감정이입이 된다.

1차 대전에 참전했다 사망한 병사의 심정이 된 시인은 대신 절규한다.

정작 죽어야 할 것은 전쟁인데 왜 내가 죽었냐고….
먼 섬나라에서 양을 기르던 소년은 나라가 시키는 대로 왔다가 생을 마감했다.

그를 죽인 터키군 병사도 어머니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고향을 떠나온 청년이었을 것이다.


역사는 잔인하다.

역사는 무엇이든 할퀴고 지나간다.

알면서도 인간은 또 역사를 만든다.

그 어리석음이 언제나 끝이 날까. 인간이라는 게 서글프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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