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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삼성전자 비메모리…삼성, IBM·엔비디아·퀄컴 차세대 제품 생산
기사입력 2020-09-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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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과 같았던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을 재평가해야 한다.


요즘 증권가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은 소위 말하는 ‘계륵’에 가까웠다.

꾸준히 매출을 내기는 했지만 굴곡이 심했다.

최근 들어 달라진 분위기다.

기술적인 향상은 물론 고객사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잇따라 대형 고객사 수주에 성공했다.

사진은 경기도 화성 파운드리 V1라인. <삼성전자 제공>

▶대형 고객사 잇딴 수주
▷모바일 넘어 고성능 컴퓨터 칩 생산
‘IBM, 엔비디아, 퀄컴.’
최근 한 달 새 공개된 삼성전자 수주 고객사다.

하나같이 굵직굵직한 기업이다.


시작은 IBM이었다.

IBM은 지난 8월17일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을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에서 만든다고 공개했다.

파워10은 삼성전자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 라인에서 생산한다.


IBM의 발표를 시작으로 삼성전자는 연이어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 기업인 엔비디아는 최근 선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30’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8나노 공정에서 해당 제품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IBM이나 엔비디아와 협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수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제품 질적인 측면이다.

IBM과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힌 제품은 모두 ‘차세대 제품’으로 성능이 가장 좋은 축에 속한다.

그만큼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력이 향상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번째가 중요하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협력을 필요로 한다.

엔비디아나 IBM은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설계도 하지만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파운드리 기업이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설계와 생산을 하는 기업 사이에서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고객사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IBM과 엔비디아는 먼저 ‘삼성전자’ 이름을 공개했다.

그만큼 삼성전자와 관계가 끈끈해졌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신뢰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점을 찍은 것은 퀄컴 수주다.

IBM과 엔비디아에 이어 최근 퀄컴 ‘스냅드래곤 4시리즈’도 삼성전자가 따냈다는 소식이 들렸다.

스냅드래곤 4시리즈는 퀄컴의 4번째 5G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제품군이다.

중저가폰에 초점을 맞췄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2017~2019년 11조원 수준에 그쳤으나 엔비디아, 퀄컴 양산을 계기로 올해 15조원, 내년 20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달라진 삼성 비메모리 비결은
▷7나노 생산 시설 경쟁력 인정받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반도체 업계로부터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공정 기술 자체가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EUV를 적용한 7나노 제품을 선보였다.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자체는 대만 TSMC가 월등히 높지만 초미세 공정 기술에서는 삼성전자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올해 2분기에는 5나노 공정 가동에 돌입했으며 5나노 2세대, 4나노 2세대 등 차세대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10나노 이하 공정을 사용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두 기업뿐이다.

삼성전자의 개발 로드맵이 고객사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미세 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컴퓨팅’, 즉 성능 역시 업그레이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은 ‘모바일’ 중심이었다.

휴대성을 강조한 모바일용 반도체는 ‘저전력’에 초점을 맞췄다.

반대로 ‘성능’ 측면에서 일반 PC 제품과 비교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수주한 엔비디아 차세대 GPU나 IBM 서버용 CPU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높은 컴퓨팅 능력을 요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수주는 파운드리 사업영역을 모바일에서 벗어나 고성능 컴퓨팅(HPC)으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2010년대 초반 삼성전자는 자체 AP ‘엑시노스’의 성과와 함께 애플 수주 물량에 힘입어 비메모리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한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책임졌다.

하지만 이후 급격히 추락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애플 외 다른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고객사와 협력을 중시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엔비디아, IBM, 퀄컴 등 굵직한 기업을 여럿 확보했다는 점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은 성과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현재 파운드리 사업은 시장 규모 확대, 공정 기술 변화 등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공정 기술에서 앞선 삼성전자에 유리한 구조다.

시장 상황도 유리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거래제한 기업에 넣는 것을 검토 중이다.

SMIC는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세계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SMIC 제재가 현실화되면 SMIC가 맡고 있는 수요를 국내 업체가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남은 과제도 있다.

당장 파운드리 업계 양강 체제인 삼성전자와 TSMC 점유율 차이가 여전하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예상 점유율은 17.4%(2위). 같은 기간 TSMC 예상 점유율은 53.9%로 압도적 1위다.

삼성전자가 여러 굵직한 기업을 수주했지만 당장 점유율 격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기술적인 격차는 거의 없음에도 양사 점유율 차이가 드러나는 이유가 있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다.

따라서 반도체 설계를 하지 않고 생산만 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도 한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설계 도면을 넘겨주면서까지 생산을 위탁하는 것이 못내 개운치 않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TSMC 공정 기술력이 비슷함에도 점유율에서 큰 차이가 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별도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1월 “(파운드리) 분사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파운드리 분사 없이 고객사들이 안심하고 물량을 맡길 수 있게 지속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과제로 남게 됐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6호 (2020.09.16~09.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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