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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위기를 틈타 자신의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
기사입력 2020-09-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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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국지로 보는 사람경영37] 남의 위기를 틈타 자신의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쓰나미'를 실감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한순간에 일어난 바닷속 지진으로 거대한 해일이 해안을 덮치면서 사람과 건물들을 무섭게 삼키는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쓰나미로 1만600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실종됐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파해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있죠. 당시 일본 정부는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한국도 민관이 모두 지원에 나섰습니다.

정부와 기업, 일반인들까지 참여해 모은 성금은 1000억원이 넘었습니다.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비극적인 재난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던 겁니다.

그게 인지상정이고 인간의 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나 봅니다.

진(晉)혜공은 이웃 나라의 재난을 돕기는커녕 자신의 이익을 취할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것도 그가 똑같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지원했던 국가를 상대로 말입니다.

혜공이 배은망덕한 군주로 역사에 기록된 이유입니다.

혜공이 권좌에 오른 이후 진나라는 기상이변이 있었는지 매년 흉년이 들었습니다.

즉위 5년째 되던 해에는 궁궐 창고마저 텅텅 비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궁궐이 이 정도이니 백성들은 말 할 것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옆 나라인 진(秦)나라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혜공이 군주 자리에 오르면서 지원을 받은 진(秦)목공에게 5개 성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던 터라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목공도 혜공을 괘씸하게 여겼고 처음에는 식량을 보낼 마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백리혜와 건숙 등 대신들 의견은 달랐습니다.

재난을 구제하고 이웃을 돕는 것은 순리이니 혜공이 밉더라도 그의 백성은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죠. 물론 이번 기회에 진(晉)을 정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유여라는 신하는 이렇게 간언합니다.

"어진 사람은 남의 위기를 틈타 자신의 이익을 취하지 않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요행수에 기대어 성공을 도모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식량을 지원하는 것이 옳습니다.

" 목공은 그의 의견에 따라 혜공을 돕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두 나라를 가로지르는 강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식량을 보냅니다.

이것이 바로 대규모 행사를 뜻하는 '범주지역(汎舟之役)'이라는 말이 유래한 사건입니다.

목공의 도움으로 혜공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듬해 두 군주의 처지는 완전히 바뀝니다.

진(秦)나라는 큰 흉년이 들었고 진(晉)나라는 풍년이 들어 곡식이 넘쳤습니다.

이번에는 목공이 혜공에게 사신을 보내 식량 지원을 요청합니다.

경정을 비롯한 많은 진(晉) 대신들은 지난해 도움을 받았으니 식량을 보내는 게 도리라고 말했지만 혜공이 총애하는 측근들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유여와는 정반대 논리를 펼친 것입니다.

"작년에 하늘은 우리에게 재앙을 내려 진(秦)에 넘겨주려 했으나 목공은 그것을 취할 줄도 모르고 우리에게 식량을 보냈습니다.

그것은 심히 어리석은 짓이었습니다.

올해 하늘은 진(秦)을 어려움에 빠뜨려 우리에게 넘겨주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하늘의 뜻을 어찌 거스르며 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혜공은 똑같은 상황에서 목공과 정반대의 결정을 내립니다.

남의 위기를 틈타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로 한 것입니다.

기원전 645년 혜공은 대군을 이끌고 진(秦)나라로 진군합니다.

두 나라 군대는 한원이라는 곳에서 일전을 벌입니다.

얼마나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는지 목공과 혜공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정도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승패를 가른 요인이 두 군주의 평소 품행이었다는 점입니다.

목공이 위기에 빠졌을 때는 예전에 그의 은덕을 입었던 전사 300명이 나타나 구해주었습니다.

그들은 목공의 말들을 훔쳐 먹었던 야인들인데 목공은 그들에게 벌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술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얘기했죠. "말이 이미 죽었는데 그로 인해 다시 사람을 죽인다면 백성이 과인을 가리켜 가축은 귀하게 여기면서 사람은 천하게 여긴다고 할 것이다.

" 이렇게 은혜를 입은 야인들은 한원에서 전쟁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고 마침 적에게 사로잡힐 위험에 처한 목공을 보고 사력을 다해 구했던 것입니다.


이에 반해 혜공은 적군에 포위됐을 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합니다.

목숨을 걸고 구려하는 사람들이 없었던 겁니다.

결국 혜공은 적군에 잡히고 맙니다.

이로써 전쟁은 진(秦)나라의 대승으로 끝납니다.

혜공은 전쟁에 참여했던 대신들과 함께 포로로 잡혀가는 굴욕을 겪습니다.

남의 위기를 틈타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하다가 모든 것을 잃었던 셈입니다.

목공의 아내이자 누이인 목희의 탄원으로 처형을 겨우 면하고 않고 귀국했지만 그 후 진(秦)에 예속돼 정상적인 군주 노릇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8년이 지난 2019년 7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합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에 불만을 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소재 수출을 막은 것입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이 8년 전 베풀었던 호의를 망각했던 것입니다.

그의 배은망덕한 조치는 세계 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은 의외로 피해가 많이 않았던 반면 수출 물량이 급감한 일본 소재·부품 업체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남의 위기를 틈타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다가 자충수를 뒀다는 점에서 진혜공과 많이 닮았습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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