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반발 심화 … ‘과천시 민·관·정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11일 과천시 중앙공원에서 열린 ‘정부과천청사 일대 주택 공급 철회를 위한 과천시 민·관·정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시민대표가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손세준 기자]
과천시, 시내 한복판에 공공주택 4000세대 배정
교통 인프라 등 고려 없이 일방적 통보에 시민 거부감 키워
서울 마포·노원서도 집단행동 움직임


[과천=매일경제TV] 정부가 8·4 부동산 대책으로 아파트 13만2000호 공급계획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서울 마포와 노원, 경기 과천에서 시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책이 지자체와 사전 협의 없이 결정된 데다 주변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은 ‘빈 땅 채우기’란 비판이 나옵니다.

이번 대책에는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 △수도권 재건축 용적률 상향 △유휴부지·국가시설 부지 활용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심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등이 포함됐습니다.

가장 반발이 심한곳은 유휴부지 활용 대상지 중 가장 많은 4000세대를 할당받은 과천시입니다. 정부는 과천 정부청사 유휴부지에 아파트 4000세대를 짓고 그 중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방침입니다. 과천시 전체 아파트 가구 수인 약 1만6000세대의 25%에 이르는 물량입니다.

이에 지난 8일 ‘과천 시민광장 사수 대책위원회’ 주최로 시민 3000여명이 과천 중앙공원에 첫 집결한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정부과천청사 일대 주택 공급 철회를 위한 과천시 민·관·정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이날 출범식에는 이소영 국회의원, 김종천 과천시장과 시민 수천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김 시장이 지난 6일 천막 집무실을 유휴부지 한복판에 설치한데 이어 시민들도 텐트를 치기 시작하는 등 시위 장기화 조짐도 보입니다.

출범식에 참여한 한 시민은 “과천에 있는 유일한 광장에 정부가 협의도 없이 아파트를 짓는 것은 지자체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등 정치인이 시민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선 임대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주변 집값 하락과 교통 혼잡 등을 우려한 님비(NIMBY) 현상으로 보기도 하지만 지자체와 소통 부재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른 한 시민은 “과천에는 오랜 기간 거주해 온 인구가 많아 부동산 가격에 목메는 게 아니”라며 “임대아파트가 들어오는 것은 괜찮지만 유일한 광장으로서 허파와 같은 곳이 한마디 논의도 없이 사라지는 게 화가 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천시는 2011년부터 공공주택사업으로 약 1만4000세대가 추가됐고 이번 3기 신도시 지정 물량 7100세대까지 합하면 약 2만1000세대로 기존 가구 수보다 많은 신규 택지지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매일경제TV와 인터뷰에서 김종천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지역 상황을 고려한 정책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도 주민 100여명이 구청을 찾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습니다. 마포구에는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상암DMC 미매각 부지 등에 6200여세대 공공주택이 공급될 예정입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천막 집무를 시작했습니다.

유 구청장은 “상암동 임대주택 비율은 지금도 47%를 차지하고 있다”며 “상암동 유휴용지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마포를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여기는 무리한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청래 서울 마포구을 국회의원도 “당 지도부가 주민들의 현장 반대 목소리를 심각하게 경청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노원구 주민도 지난 9일 육사 태릉골프장에 아파트 1만세대가 들어서는 것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서울시 교통정보과에 따르면 태릉 주변 차량 통행량은 서울시 전체에서 간선도로 기준 가장 많습니다. 정부가 11개 교통인프라 사업을 추진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구체적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각 지자체에서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책임지고 주거 정의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해 강력한 정책 집행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대상지역 지자체장이 대부분 여당 소속으로 반대에 한계가 있고 탈당 의지까지 보인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구체적 계획과 협의 없이 성급히 내놓은 이번 대책이 정부 뜻대로 실현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을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손세준 기자 / mkssej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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