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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책과 지성] 장자 (BC 369년~BC 289년께)
기사입력 2020-02-1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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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은 1921년 '아큐정전(阿Q正傳)'을 쓴다.

루쉰은 모욕에도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정신적 승리'로 착각하는 '아Q'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당시 중국 사회가 앓고 있던 병증을 비판한다.

소설은 중국 사회에 각성을 불러일으켰다.

몇몇 철학자들은 중국 사회에 만연한 '아Q'의 모습이 장자(莊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장자의 초월 사상이 도피와 패배주의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었다.


장자는 정말 허무의 자세로 자기 위안만을 일삼은 도피자였을까. 필자는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장자 철학의 핵심은 달관(達觀)이다.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초월하는 장자의 사유는 만물일체론에서 출발한다.

삼라만상이 모두 가치가 있고 쓸모가 있다는 사상이다.

이런 일화가 있다.

장자가 임종을 앞두고 있을 때 제자들이 성대하게 장례를 준비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장자는 호통을 친다.


"나는 천지를 관(棺)으로 삼고, 해와 달을 벗으로 삼으며 별을 보석으로 삼고, 만물을 부장품으로 삼을 것이다.

모든 장구는 갖추어진 셈이다.

여기에 무엇을 더하겠는가."

장자는 공자처럼 정치무대를 찾아 헤매지도 않았고, 묵자처럼 세상을 개혁하고자 하지도 않았다.

삶과 죽음에 얽매이지 않고 성공에 얽매이지 않았던 장자는 벼슬에는 관심이 없었다.

욕망에 허덕이는 가련한 중생들에게 깨달음을 전하고자 했을 뿐이다.


"학은 날마다 목욕을 하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날마다 검정 칠을 안해도 검소. 흑백은 자연이므로 분별할 것이 못 되며 명예란 볼거리에 불과해서 키울 것이 못 되오."
장자는 모든 차별이 결국 인간의 알량한 지식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그는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비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했다.

현실(욕망)에서 물러나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장자 철학은 오해를 많이 받았다.

동진시대에는 없애 버려야 하는 책으로 취급됐고, 송·명시대에는 이단으로 취급됐다.

권력자들이나 다른 학자들에게 배척당했지만 장자의 철학은 면면히 이어졌다.


장자의 철학은 후세에 와서 힘 있는 실천 철학으로 변모한다.

사람들은 만물일체를 주장하는 그의 철학에서 평등을 읽었고, 권위주의에 대한 조소를 읽었으며, 자연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읽어냈다.

'장자'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실천철학이었다.

다수 지식인들이 전쟁과 독재의 시대를 살면서 '장자'에 매달렸다.

장자는 그 자체로 위안이자 지혜였다.


중국에서 한때 패배주의의 원조로 지탄받았던 장자는 세월이 흘러 자유와 해방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장자에는 한 번 날갯짓에 9만리를 간다는 새 '붕(鵬)'이야기가 나온다.

장자철학은 '붕'처럼 넓다.

장자의 철학은 하도 넓어서 아무리 해석되어도 끝을 보이지 않는다.


혜자(惠子)라는 사람이 "그릇이 크면 쓸모가 별로 없다"는 말로 장자를 비웃은 적이 있었다.

장자는 이렇게 반박했다.


"큰 나무를 두고 어찌 용도가 마땅치 않다고 말하는가. 큰 나무 그늘에서 근심 없이 거닐고 그 아래 편안하게 누우면 되지 않는가?"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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