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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공세에 의류도매상 속수무책…봉제·디자인 몰락 `도미노`
기사입력 2020-01-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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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동대문 패션 생태계 ◆
지난 14일 서울시 중구 평화시장 복도에 최근 불황을 반영하듯 텅 빈 운반용 수레들이 포개져 있다.

이곳 상가에서는 문을 닫는 도매상이 많아지면서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승환 기자]

동대문시장 도매상인 이 모씨는 요즘 중국 광저우 패션 시장으로의 출장이 잦다.

처음엔 국내 원단을 중국으로 전달한 뒤 값싼 인건비를 이용해 옷을 만들어 수입했다.


그러나 어느새 중국 원단으로 현지에서 옷을 제작한 다음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들여온 물량이 전체 거래 물량의 20~30%를 차지했지만 최근엔 70%까지 치솟았다"며 "현지 거래처에 디자인을 전달해 주문을 넣으면 국내보다 30% 저렴한 비용으로 옷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원단값부터 인건비까지 총체적으로 중국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국내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 심해졌다.

정명환 동평화시장 상인회장은 "도매상들이 자구책으로 온라인 판매에 나서면 중국에서 바로 베껴낸다"며 "디자인마다 특허를 낼 수도 없고 중국이 3분의 1 가격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동대문 도매상인들은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데 실패했고 여기에 인건비 상승까지 맞물려 경쟁력을 잃었다.

한동안 물밀듯 밀려 왔던 중국 수요는 말랐다.

중화권 수출에 탄력이 붙어 2010년 초반까지 호황을 누렸지만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바이어의 발길은 끊겨버렸다.

송일종 도매상가 디자이너클럽 담당관리사는 "예전엔 중국 바이어들이 와서 한 번에 옷 100장을 주문했다면 지금은 10장도 안 산다"고 말했다.


중국발 위기는 갑자기 닥친 일이 아니다.

동대문 패션업계 종사자와 관련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중국 리스크'를 염려했다.

2006년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가 발행한 동대문백서에 따르면 당시 광저우 의류시장 규모는 동대문시장의 10배를 넘어섰고 도매상점만 3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대식 협의회 사무국장은 "지금도 광저우에 출장을 가면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나고 늘 새 건물들이 지어지는 것을 목격한다"며 "오히려 중국 관계자들은 동대문이 계속 성장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올 정도"라고 전했다.


동대문 제품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가격이나 디자인 면에서 경쟁력을 잃자 한국을 찾는 중국 왕훙들도 크게 줄었다.

왕훙은 현장에서 라이브방송 등을 진행하며 제품을 홍보하는 온라인 스타다.

서울시 전통시장팀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매년 1000명 정도의 왕훙이 동대문시장을 찾았지만 최근엔 그 숫자가 200~3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자체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 점도 문제다.

동대문상가 초호황기 시절 고급화나 차별화와 같은 지속가능 전략 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저가 제품 수요가 많았을 때 도매상들은 공급에만 집중했고 그렇게 해도 큰돈을 벌 수 있었다"며 "저가 제품 생산만 이어가면 디자이너·봉제기술자의 경쟁력도 덩달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도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0.9% 오른 8350원이었으며 올해는 이보다 2.9% 오른 8590원이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에서 '열정페이' 등 악습이 사라지면서 대부분 고용주는 야근수당 등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게 돼 다행이지만, 높아진 임금은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임대료도 도매상들에겐 부담이다.

상인협회 관계자는 "상가와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1층의 경우 최고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000만원 정도를 지급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동대문 패션시장 생태계가 더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훈 산업연구원 박사는 "동대문 위기의 원인을 더 이상 중국과의 가격경쟁력 약화로만 봐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며 "제품 고급화 등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대 기자 / 강민호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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