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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AIIB 부총재직 놓치고 국장자리도 날렸다
기사입력 2019-12-0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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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을 허망하게 놓친 지 3년 만에 부총재직 대신 받은 국장직 두 자리 중 한 개를 상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AIIB에 4조원 넘는 기여금을 내고 따낸 자리를 또다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잃어버려 향후 AIIB 내 한국 발언권과 영향력이 더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AIIB에서 근무하던 유재훈 전 국장이 지난달 AIIB와 맺은 계약이 만료돼 사임했다.

그는 현재 귀국해 KCMI 자본시장연구원 고문을 맡고 있다.

한국 정부는 유 전 국장 계약 만료에 앞서 다른 한국인을 국장으로 부임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사임 직전 유 전 국장이 맡고 있던 '선임자문역(Senior Advisor)'은 보직 자체가 사라졌다.


AIIB가 첫 출범하던 2016년 당시 한국은 높은 기여도(기여금 4조2000억원으로 5위)를 인정받아 부총재 직위 5개 중 하나였던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자리에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을 파견했다.

그런데 홍 부총재가 취임 2개월 만인 2016년 6월 조선업 구조조정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뒤 돌연 잠적해버렸다.

이 사건으로 당초 AIIB 부총재급이었던 CRO가 국장급으로 격하된 뒤 다른 나라 몫으로 돌아갔다.


한국 정부 측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2개월 뒤인 2016년 9월 AIIB는 부총재직을 상실한 한국에 한 단계 아래인 국장급 자리 두 개를 줬다.

이들 두 자리에는 유 전 국장이 AIIB 재정 집행 계획을 수립하고 회계·재무보고서 작성, 내부 통제 등을 담당하는 중요 직책인 회계감사국장(Controller)으로 선임됐다.


그 후에 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KIC) 부사장이 민간자본과 공동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민간투자자문관(Operations Advisor for Private Sector Development)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꿩 대신 닭' 격으로 얻은 국장급 직위 2개 중 1개를 이번에 상실하면서 AIIB 내에서 한국의 구심점 역할을 할 고위직이 한 명만 남게 된 상황이다.


유 전 국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한국 정부는 국장직 자리 2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불발되고 말았다.

한국 정부 측이 해당 자리에 적합한 스펙을 갖춘 전문가를 보내지 않았다는 불만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시 26회 출신인 유 전 국장은 재무부·금융위를 거쳐 국제금융공사(IFC)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스페셜리스트로 근무하는 등 풍부한 국제기구 경험을 갖췄지만 회계 분야 경력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유 전 국장이 첫 부임한 회계감사국장은 높은 회계학 지식이 필요하고 실무도 많이 처리하는 자리였는데 전공 분야가 아니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며 "AIIB 측이 유 전 국장과 협의해 도중에 선임자문역(Senior Advisor)으로 타이틀을 바꿨는데 유 전 국장 임기 만료 후 해당 자리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직원이 수천 명에서 많게는 1만명 수준인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에 비해 AIIB는 아직 설립 초기이고 전체 직원도 300명에 못 미친다.

따라서 보고서도 직접 써야 하는 등 해당 분야 전문성과 실무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에 잘못 배치했고 이후 선임자문역이라는 모호한 자리로 이동하면서 AIIB나 유 전 국장 양측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AIIB 측에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자리 회복을 요청 중"이라며 "AIIB 측이 수용하면 이번엔 공무원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민간) 인물을 다시 추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제3세계를 지원하는 국제기구는 설립에 기여한 국가들이 지원 대상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경제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사무국에서 자리를 잃어 간다는 것은 곧 이런 기능이 약해지는 것을 의미해 기여국으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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