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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다 군대 간 벤츠` 유니목, 한국에선 `겨울강차(强車)`
기사입력 2019-11-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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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다임러 트럭 코리아

[세상만車-130] 폭설은 자동차의 적이다.

편리한 이동수단이라는 존재가치를 없애기 때문이다.

평소 도로에서 폼 잡던 슈퍼카도 눈만 내리면 설설(雪雪) 기다가 폭설에 오도 가도 못하는 순간 고철덩어리로 전락한다.


그러나 폭설만 내리면 펄펄 나는 자동차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유니목이다.

제설장비를 갖춘 유니목이 나타나는 순간 폭설은 제압된다.

유니목이 지나간 뒤에는 폭설에 꽁꽁 묶여 있던 다른 자동차들도 존재가치를 회복한다.


눈길에 눈길 끄는 '겨울 강차(强車)'로 대접받는 유니목은 원래 농사용으로 출발했다.

유니목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독일에서 등장했다.


당시 패전국 독일은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었다.

이 위기는 오히려 농업용 다목적 차량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자동차 형태의 농기계를 개발하게 됐다.


아이디어는 다임러 벤츠에서 항공기 엔진 개발 책임자로 오랫동안 일했던 알베르트 프리드리히가 냈다.

농업용 소형 트랙터 개발에 관심이 많았던 프리드리히는 1945년 8월 농업용 트랙터 기획안을 만들어 회사 이사회에 보고했다.


이사회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기획안은 두 달 뒤 미군 점령지를 책임진 생산관리위원회로 전달됐다.


제설용 유니목 /사진제공=다임러 트럭 코리아

그러나 전쟁이 막 끝난 1945년 당시 승전국 미군 점령 아래에 있던 독일에서는 제품 생산 절차가 복잡했고 거절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게다가 자동차나 트랙터는 전쟁 무기로 언제든 쉽게 변형할 수 있으니 승인받기가 더욱 어려웠다.

그는 미 군정청을 설득해 한 달 뒤 예외적으로 제작 허가를 받아 '다목적 엔진구동 기계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시제 차량은 1946년 10월 9일 시험 주행에 들어갔다.

차명은 '다목적 엔진구동 농기계'라는 뜻의 독일어 'UNIversal-MOtor-Gerat' 머리글자를 따서 유니목(Unimog)으로 정해졌다.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참여했던 엔지니어인 한스 차벨이 차명을 지었다.

설계 책임자인 하인리히 뢰슬러는 목재를 가득 실은 시제 차량을 운전해 거친 산림 속을 헤치고 나왔다.


시제 차량이 시험 주행까지 마쳤지만 이후 유니목 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엔진이 가장 큰 문제였다.

트랙터를 끌기 위해서는 막강한 힘을 발산해야 하는데 기존 가솔린 엔진으로는 힘에 부쳤다.


다임러 벤츠는 어떤 엔진을 쓸지 확정하지 못하다가 승용차인 벤츠 170V에 사용한 M136 가솔린 엔진을 바탕으로 새로운 QM636 디젤 엔진 개발에 나섰다.

개발팀은 임시로 M136 엔진을 시제 차량에 얹어 시험했다.

1947년 QM636 엔진이 개발되면서 유니목 개발에도 가속이 붙었다.


유니목 시제 차량 /사진제공=다임러 트럭 코리아

유니목은 1948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독일 농업 박람회에 등장해 주목받았다.

같은 해 8월부터는 생산에 들어갔다.

4륜구동 차량 차대로 개발된 유니목의 휠 트레드는 감자가 담긴 자루를 두 줄로 나란히 놓을 수 있도록 1270㎜로 설정됐다.

농업용 기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유니목은 농업용 기계인 만큼 전방에는 농기구를, 후방에는 짐칸을 둘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견인 고리도 장착했다.


유니목 1세대는 1950년 여름까지 600여 대가 생산됐다.

1953년에는 벤츠 '삼각별'도 장착했다.


유니목은 농업용 트랙터뿐 아니라 공항용·소방용 등 특수차량으로 변형됐다.

전천후 능력을 눈여겨본 독일 국방부는 적재공간을 늘린 군용 유니목을 요청했다.

군용 유니목은 현재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국가는 물론 브라질, 파라과이, 리투아니아, 멕시코, 호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정찰용, 병력수송용, 통신용, 지휘용, 구급용 등으로 사용된다.

유니목을 기반으로 만든 장갑차도 있다.


유니목은 민간용으로는 극지방과 같은 오지에서 탐험용, 구조용, 산불진압용으로 활약하고 있다.

익스트림 레저용 차나 캠핑카로 사용되기도 한다.


실제 '럭셔리 오프로더의 제왕'이라 부르는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다.

일반 차량이 접근이 어려운 험난한 지형이나 눈이나 물에 잠긴 도로, 모랫길과 바윗길을 거침없이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제작된 특수 차량이기 때문이다.


유니목 라인업 /사진제공=다임러 트럭 코리아

유니목은 지난 7월에는 독일 오프로드 매거진 독자들의 투표로 뽑는 '올해의 오프로더(Off-roader of the Year)'에서 15년 연속으로 특수 목적 차량 부문 1위에 선정됐다.


국내에서는 다임러 트럭 코리아가 유니목을 판매하고 있다.

라인업은 오프로드 전용 차량인 유니목 UHE과 장비 장착용 차량인 유니목 UGE로 구성됐다.


올해의 오프로더로 선정된 유니목 UHE는 일반 차량이 접근하기 어려운 험난한 지형이나 폭설, 침수, 모래, 바윗길을 거침없이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제작됐다.


차량 틀과 차축이 뒤틀림에 강한 소재로 제작됐다.

차축 관절을 최대 30도까지 움직일 수 있다.

접근각, 이탈각이 커서 험로 및 강력한 급경사 주파 능력이 우수하다.

주요 부품 방수 처리 및 엔진의 공기 흡입구가 운전석 높이에 배치돼 수심 1.2m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

영하 26도에서도 엔진 시동을 걸 수 있다.


유니목 UHE는 유로 6 신형 블루텍2 6엔진을 적용해 연료 효율성을 향상했다.

온로드 기어와 오프로드 기어로 구성된 총 전진 16단, 후진 14단의 변속기를 채택해 어떤 주행 조건에서도 강력하고 효과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메르세데스-벤츠 플래그십 모델인 S클래스는 '겨우' 9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산불진화용 유니목 /사진제공=다임러 트럭 코리아

다임러 트럭 코리아가 올해부터 국내 판매에 돌입한 유니목 다목적 산불진화용 소방차는 UHE 상위 기종인 U5023 모델에 소방 장비를 추가한 모델이다.


지상고는 460㎜에 달한다.

타이어 공기압 조절 시스템인 CTIS(Central Tyre Inflation System)을 통해 주행 중에도 공기압을 조정할 수 있다.

도로 주행을 마치고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산악에 진입할 때 지체하지 않고 타이어 공기압을 낮출 수 있다.

공기압을 낮추면 흙이나 낙엽이 많은 산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주행할 수 있다.


또 돌로 둘러싸인 암벽, 수심 1.2m의 계곡, 최대 45도 급경사의 험로에서 수천 ℓ의 소방용수를 적재하고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홍수,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육로가 끊긴 재난 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도강 능력과 오프로드 기능을 겸비해서다.


U5023 모델은 현재 산불진화용 소방차는 물론 험지의 송전선·송전탑 보수 작업, 재난지역 구조 작업, 극지 연구, 오지 탐험 활동 등과 같은 극한의 오프로드 성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다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는 피해복구 작업에서 활약했다.

국내에서도 원자력발전소에서 환경감시 차량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유니목 /사진제공=다임러 트럭 코리아

유니목 UGE은 다양한 도로나 터널 관리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강원도, 제주도, 울릉도 등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 제설 차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니목은 맞춤 제작되기 때문에 주문하면 7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

국내에서는 제설 작업과 도로 주변 환경관리용으로 500대 이상 팔렸다.

가격도 덩치 값을 한다.

국내 판매 모델 가격은 3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최기성 디지털뉴스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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