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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경제학] 전통 경제이론 위협하는 `디지털 기술`
기사입력 2019-10-1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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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DB]
요즘 커피 전문매장이나 프랜차이즈 제과점 계산대 앞에 서면 점원 뒤편에 있는 화려한 메뉴판이 눈에 들어온다.

상품 정보와 간단한 가격 표시가 전부였던 인쇄물로 된 메뉴판 대신 최근 설치된 디지털 메뉴판은 액정표시장치(LCD) 화면이 수시로 변하면서 음료 사진이나 가격뿐 아니라 새로 출시된 상품 광고나 해당 기업의 브랜드 광고 영상을 보여준다.

입체적인 화면이 실시간으로 바뀌면서 가격 표시뿐만 아니라 광고와 인테리어 기능까지 담당하는 디지털 메뉴판을 처음 본 사람들은 깔끔하고 화려한 모습에 놀라워하며 감탄한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메뉴판을 보며 단순히 감탄만 하는 게 아니라 교과서에 실린 인플레이션에 관한 이론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된다.

매장의 디지털 메뉴판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 가격을 표기하는 시스템이나 식당 점원이 태블릿PC로 메뉴를 보여주는 모습은 전통적인 경제 교과서에 있는 인플레이션 이론 가운데 '메뉴 비용'에 관한 개념을 반박할 수 있는 현상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 주체들이 예상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물가가 상승해도 사회적 비용이 발생해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이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물가가 상승할 때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메뉴 비용'이다.

특정 국가의 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대다수 생산자는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인상한다.

가격을 인상하면 물건을 판매하는 유통업자나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표시하는 이전 메뉴판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때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품 가격을 표시하는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 기기나 LCD 메뉴판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 상품 가격을 표시할 때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직접적·물리적 비용이 거의 없다.

물론 지금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상품 가격을 인상하려면 생산자들이 가격을 얼마나 올려서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또 가격을 인상했을 때 소비자들이 그것에 저항하고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품 가격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인 '메뉴 비용'이라는 비유를 만들어 낸 직접적인 사례는 설득력이 약해졌다고 할 수 있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의 다른 원인으로는 '구두창 비용'을 들 수 있다.

구두창 비용이란 물가가 상승하면 은행 예금에 대한 명목 이자율이 올라 사람들이 현금보다는 예금을 더 선호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사람들이 전보다 예금 비중을 높이면 돈이 필요할 때마다 은행을 더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구두창이 닳고, 이런 구두창을 교체하는 데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핀테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통장에 있는 돈을 인출하려고 직접 은행에 가는 일이 드물어졌다.

지금은 통장과 연결된 체크카드를 사용하거나 모바일·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손쉽게 물건값을 지불하거나 상대에게 돈을 건넬 수 있다.

물론 앞에서 살펴본 '메뉴 비용'과 같이 '구두창 비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직접적인 사례는 줄었지만 여전히 물가가 상승하면 화폐의 가치 저장 기능이 약화된 만큼 사람들이 투자처를 찾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여러 사례를 들어 인플레이션이 일반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1970~1980년대 오일쇼크 등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물가 상승률이 20%를 넘어서자 인플레이션은 실물경제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경제 현상이 되었다.

특히 인플레이션은 실업률과 더해져 경제고통지수(economic misery index)를 구성하는 주요 변수로 선정됐다.


20세기 후반 자본주의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았다면 최근에는 물가 상승보다는 디플레이션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물가가 하락하면 서민들의 구매력이 증가해 삶의 질이 더 향상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경제가 성장하거나 소득이 안정적으로 유지됐을 때 적합한 설명이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상품 가격이 하락하므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소비나 투자를 줄여 경기가 위축된다.

지금 쓰던 물건을 아끼면 다음에는 같은 가격으로 더 많은 수량을 혹은 더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아끼고 절약하는 의사결정이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나면 총수요는 위축되고 이는 생산량 감소, 고용 감소, 소득 감소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유발한다.

반면 1% 혹은 2% 수준의 완만한 물가 상승은 소비를 점진적으로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20세기에는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명목이자율이 정상(normal)이었지만 이제는 1~2%대 낮은 성장률과 저물가가 일반적인 경제 현상으로 자리 잡은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낮은 수준의 물가 상승과 디플레이션 위협은 경제 전문가들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기 국면이다.

따라서 오래된 이론들을 고수하고 추종하기보다 물가와 경제 성장, 이자율 등에 대한 실제적인 지수 변화에 각자가 관심을 더 가지고 기존 상황과 반대되는 미래를 예측해 보는 '역발상' 시도가 필요해졌다.


■ 기사를 다 읽은 후 얼마나 이해했는지 OX퀴즈로 확인해 볼까요.
1.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할수록 물가 상승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인 메뉴 비용은 증가한다.

( )
2. 경제고통지수(economic misery index)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으로 산출한다.

( )
3. '뉴노멀' 시대는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명목이자와 명목임금이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 )
▶ 정답 = 1. X 2. O 3. X
[최병일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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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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