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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창] `경제영토` 확장이 일본문제 해법이다
기사입력 2019-08-2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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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헌팅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1996년 펴낸 저서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에서 일본을 아시아에 속하지 않는 별개 문명으로 분류했다.

그는 종교·언어·역사·가치관·관습 등을 기준으로 세계를 8개 문명으로 나눴다.

그러나 일본은 문자를 한자에서 차용해왔으며 불교 국가라는 사실 등 아시아 문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라다.

그는 또 그리스가 정교회를 믿는다는 이유로 서구가 아니라 러시아와 같은 문명권이라고 정리했다.

이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탈냉전 국제질서에서 중요한 기준이 정치·이념·경제가 아니라 문명이라고 주장했다.

미래의 위험한 문명 충돌은 서구의 오만과 이슬람권의 편협한 배타주의, 중국의 자존의식 때문에 발생할 것이라고 보았다.

당시 미국 지식인 사이에서 위기의식으로 유행하던 '2020년 중국 경제와 국력의 미국 능가'를 인용하면서 국제정치적 패권이 서구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려 할 때 양자 간에 군사력 충돌이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오늘날 미·중 간 무역전쟁과 함께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 국가에 배치하려 하자 중국이 강공을 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그 중거리 미사일 배치 대상으로 한국이 거명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처한 화장품 회사 DHC 회장인 요시다 요시아키는 "일본인의 조상은 시베리아에서 왔으며 아시아에서 유일한 유럽인"이라고 주장해 서구중심적 인종우월주의로 비난을 받았다.

일본 우익의 자기 정체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고 구조 아래서 일본 국내 정치 주류인 그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인접국에 어떤 인식을 품고 있을지는 뻔하다.

바로 일본의 과거 제국주의적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저급하고 비양심적인 인식이다.


1965년 한일협정의 핵심적인 하자는 일제 식민 지배가 불법적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규정하지 않은 점이다.

당시 일본이 한국 정부에 제공한 자금은 불법적 식민 지배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독립축하금과 경제협력 명목이었다.

박정희 정권이 대학생과 종교인의 대일 굴욕외교 반대시위에도 불구하고 한일협정을 체결한 배경에는 일본 측에서 건넨 비밀 통치자금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또 1973년 여름 중앙정보부가 도쿄에서 자행한 김대중 납치 사건을 두고 일본이 주권 침해라고 강력 항의했을 때도 박정희 정권과 일본 다나카 가쿠에이 정권은 검은 거래로 해결했다.

박정희 정권은 당시 다나카 측에 3억엔을 주었다고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이 의회에서 증언했다.

독재정권에게 검은돈을 주는 매수외교로 체결한 협정을 존중해줄 국민이 어디에 있는지 아베 신조 정부에 묻고 싶다.


한국에 대한 아베 정부의 경제적 공격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이 1970년대 말부터 적용해온 동아시아전략구상(EASI)은 한·미·일 3국 동맹을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펴고 있다.

여기서는 미·일 양두(兩頭) 헤게모니와 인도·호주가 주축이며 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와 함께 그 하위 그룹에 속한다.

이같이 새롭게 추진되는 아·태 안보 체계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공격 빌미로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본 문제 해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대로 한반도 평화경제와 신남방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아시아 대륙 극동지역과 동남아를 새로운 '경제영토'로 강력히 확장하는 비전이다.

우리가 가진 과학기술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대상 국가들과 새로운 틀을 짜면 된다.

과거 일본 식민 지배로 약탈당했으니 오늘날 미·일 지배 체제의 하위 국가로 괄시받는 나라들과 동병상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서 큰 변수가 북한임에 틀림없다.


그 해결 방안은 역시 남북 동반 평화번영이다.

국익에 어긋나는 정책을 외부 요구에 따라 펼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 상황에 맞춰 혁신하고 전환하는 것이 국민주권 시대 국정 방향 아니겠는가.
[김재홍 서울디지털대 총장·공익사단법인 정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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