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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의료의 미래] 병원마다 다른 데이터 기준…의료 4차 산업혁명 걸림돌
기사입력 2018-02-1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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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는 효율성이 낮은 산업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무슨 서비스를 얼마나 오래 받을지, 얼마를 지불할지, 어느 의사나 간호사를 만나게 될지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의료보험이 불확실성을 줄여주지만 환자는 여전히 낯선 세계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이방인이다.

사이버네틱스는 정보의 '흐름과 통제(communication & control)'에 관한 학문이다.

인터넷이 정보 흐름의 활성화를 향해 달려왔다면, 제2의 인터넷인 블록체인은 흐르기 시작한 정보의 통제력을 높이고 있다.


금융과 건강 정보는 높은 공익성과 높은 프라이버시 둘 다 요구한다.

금전 거래는 투명해야 하지만 거래 내역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은 악몽과 같다.

주치의에겐 몸 상태를 상세히 말해야겠지만 주변 모두에게 공개할 수는 없다.

인터넷이 해결하지 못한 '공익성 대 프라이버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블록체인 기술로 잡으려 한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분산 환경에서 거래 내역을 '블록'으로 묶고 '체인'으로 위·변조 불가능하게 고정한다.

금융은 원래 신뢰 체계고 거래 내역도 단순 디지털이기에 블록체인 기술로 쉽게 대체 가능했다.

하지만 의료는 다르다.

원자 세계의 물리적 제약이 훨씬 크고, 중앙집중도도 낮으며, 신뢰 체계 또한 훨씬 복잡하다.

블록체인 기술이 의료기록의 '원본성 보장'과 의료 물류 정보, 의료보험 청구 정보, 임상시험 및 연구 정보의 '투명성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의료서비스의 본질적 영역은 아니다.


"건강기록과 의료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리면 데이터가 통합되고 정보 교류가 가능하다"는 항간의 주장은 기초도 모르는 소리다.

그것은 "의료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올리면 통합된다"는 황당한 주장과 동급이다.

의료 데이터의 통합과 교류가 어려운 것은 여러 병원에 정보시스템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 아니다.

중구난방 서식에 어떤 데이터가 기록되는지조차 모르는 무지와 데이터 거버넌스의 부재 때문이다.

대형 병원은 5000가지도 넘는 의료서식에 정보를 기록한다.

직원 수보다 많다.

병원마다 서식이 제각각일 뿐 아니라 수시로 변경되어 버전이 몇 개인지 아무도 모른다.

클라우드나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은 의료 데이터의 구조화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다.

의료에서 데이터 거버넌스의 구축은 클라우드 정도로 우회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블록체인으로 의료 데이터를 사고파는 장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더 뜬금없다.

스마트 계약으로 권리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데이터 통합과 상호 운용성 없이는 살 수도 팔 수도 없다.

사고파는 게 뭔지 알아야 사든 팔든 할 수 있다.

또한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과 건강 정보 프라이버시 보호는 상극이다.

민감한 제도적 윤리적 문제는 덤이다.


한편 블록체인의 '개인건강기록' 원본성 보장 능력으로 의료기록을 환자에게 돌려주는 환자 중심 데이터 통합과 소비자 주도형 의료 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병원-의사-환자-보험자 등으로 분절된 '정보체인'을 온전히 연계할 수 있다.

난제였던 의료 전달 체계도 재건 가능하다.

의료시스템의 군주인 중앙집중형 건강보험은 굵직한 것에만 수가로 보상할 뿐 세세한 영역까지 돌보지 않는다.

마땅히 환자를 돌봐야 할 보험이 환자보다 군주 자신을 돌보는 탓이다.

가상화폐를 통한 분산형 인센티브는 보험자 비효율성을 타파하고, 공동체의 세세한 건강 활동을 양방향 네트워크로 촉진할 것이다.

데이터 거버넌스 수립으로 암호인공지능 도우미 생태계가 꽃피울 것이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진화한 의료 정보 데이터 기술이 PC, 인터넷, 모바일, 블록체인 기술과 마주보고 춤추는 사이 가슴 설레는 의료 4차 산업혁명의 전주곡이 흐르고 있다.


[김주한 서울의대 정보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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