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최근 농협 일선지점에 법원 직원들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빨간 딱지'를 붙이는 가압류를 집행하기 위해선데요.
그 이유는 바로 몇 해 전 해당 지점장이 고객에게 대출 사기를 벌였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황당한 사연, 백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영등포구의 한 농협 지점.

법원에서 나온 집행관이 영업점에 대한 가압류 행동에 나섭니다.

고객 대출 사기에 연루돼 돈을 돌려줘야 하지만, 법원의 판결을 거부하자 화가 난 고객이 강제집행을 신청한 것.

법원 직원들이 나타나자 농협 측은 우왕좌왕했고, 영업점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습니다.

집행관은 강제집행의 근거 자료를 내밀며 농협 직원들을 압박했고, 관계자들은 실랑이 끝에 조정에 나섰습니다.

결과는 합의로 마무리됐습니다.

농협 측이 해당 고객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

그렇다면 이런 해프닝이 발생한 배경은 무엇일까?

몇 해 전 고객 A씨는 이 농협 지점장으로부터 대출사기를 당해 수천만 원을 날렸습니다.


▶ 인터뷰 : 피해자 A모씨
- "사기를 당할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죠. 농협에서 사기를 칠 꺼라고는 상상을 못 했어요. "

지점장은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됐지만, 빼돌린 돈은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금전적 피해로 수년간 고통받던 A씨는 결국 지난해 지점장과 농협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이 농협에게 "지점장에 대한 사용자 책임이 있다"며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하지만, 농협 측은 시간을 끌며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마침내 집행관이 나타나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돈을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결국 대출 사기를 외면하려다 스타일을 구긴 것.

그럼에도 내심 불만이 가득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농협 측은 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한데다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 인터뷰 : 농협 관계자
- "우리 농협에서는 사무관리 책임이 없는 걸로 항소를 하고 있잖아요."

당장은 뿔난 고객에 차압 당하는 것을 우려해 배상금을 지급했지만, 항소심을 통해 돈을 돌려받겠다는 농협.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행태를 보인 것은 아닌지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매일경제TV 백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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