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정경유착 민낯’ 재벌총수 9인 청문회, 평가는?
A. 28년 전 전두환 정권 비리와 일해재단 자금을 출연한 재벌총수들에 대한 청문회의 데자뷔였고, 재벌총수들의 대응도 똑 같이 반복되었다는 점에서 한 세대 이후에도 반복될 것 같다는 생각을 떨출 수가 없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28년 전 군부독재시절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어떻게 이렇게 권력과 기업은 변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당시 정주영 회장은 “기부금은 내라고 하니까 내는 게 마음 편하게 사는 길이라 생각해 냈다”고 발언했다. 신동아 최순영 회장은 “사회체육발전을 위해 써달라고 10억 원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기업인들은 “기업의 모든 행위를 특혜와 연관시키려는 시각은 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지체시키는 행위”라며 “준조세를 내지 않아도 괜찮은 풍토를 만들어 달라”고 역공세를 펼치기도 했는데 현재 재벌총수의 입장을 옹호하는 논리와 똑 같다.
Q.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전경련 탈퇴…해체 수순으로?
A. 이재용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전경련 탈퇴 선언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고, 삼성이 빠지는데 나머지 3대 그룹, 즉
현대차와 SK와 LG가 남아있는 것은 무의미하다. LG 구본무 회장도 해리티지 재단처럼 운영해야 한다며, 해체에 사실상 동의했다. 전경련의 예산이 연간 400억원에서 500억원 수준이고, 이를 회원사 연회비로 운영되는데, 삼성이 100억 이상,
현대차와 SK, LG가 각각 50억원정도씩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그룹이 회비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구조이기에 삼성 등 4대 그룹이 빠지면 사실상 공중분해될 운명이다.
Q. 재벌 앞잡이 전경련, 정경유착 역사 어땠나?
A. 1961년 출범 이후 55년 동안 수차례 정경유착 논란을 낳았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1988년 제5공화국 청문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자금을 주도적으로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1995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1997년 세풍사건 파문 때는 현대· SK ·대우 등 23개 재벌기업들이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166억3천만원을 제공한 것이 밝혀졌다. 2002년 차떼기 사건도 1997년 세풍사건처럼 불법대선자금을 조성한 것이었다.
Q. 국정농단 사태 연루로 본 전경련, 수명 다했나?
A. 지난 4월에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세월호 유가족을 비판하는 집회를 연) 어버이연합에게 총 5억2천300만원의 자금을 종교단체 이름의 차명계좌를 통해 편법 지원했다는 의혹을 샀는데 이것은 심각한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단체들에 예산을 투입한 것일 뿐 아니라 이 사건은 정경유착을 넘어 노골적 정치개입으로 이념대결, 국론분열을 조장하며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갈등의 진원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때 전경련은 사실상 수명을 다한 것이었고, 해체했어야 한다. 정경유착의 의미가 뭔가? 권력에 유착해서 특혜를 받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경련이 설립 목적으로 내건 자유시장경제 창달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촛불집회의 구호 중에 ‘박근혜 퇴진’ 다음이 ‘재벌도 공범’ ‘재벌도 처벌하라’였는데 국민들이 왜 이런 구호를 외칠까?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양극화의 최정점에 재벌이 있기 때문이다.
Q. 전경련 ‘환골탈태’ 제고 가치 있나 VS‘탈퇴’로 가야?
A. 전경련이 이렇게 망가진 이유는 재벌만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고, 재벌 역할의 수명이 다하면서 탈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첫째, 그동안 재벌기업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사업인허가, 금융지원, 조세감면 등의 특혜를 받으면서 성장했고 둘째, 새로운 수익사업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노동 억압, 중소기업 쥐어짜기나 동네상권 침탈 등을 통해 돈을 벌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도와 법을 만들기 위해 특정 정치세력을 지원하며 이 지경까지 온 것이다. 이 과정에 전경련은 재벌과 정치권력의 가교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그런데 해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재벌이 그동안 받아온 특혜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고, 이권추구의 창구로 활용한 전경련을 유지하면서 환골탈퇴하겠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Q. 전경련 해제한다면, 본연 역할 대신할 구심점은?
A. 자유시장경제 창달이나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연구원 혹은 싱크탱크를 강화하는 것이 맞고, 상공인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대한상의가 있다.
Q. 이재용, 정경유착 단절 약속 ‘주저’..고리 이어질까?
A.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은 재벌 기업들이 정경유착을 통한 특혜에 얼마나 길들여 있는지를 무의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 시스템 강화, 정경유착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해당 경영진의 영원한 퇴출 등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정경유착의 다른 한 축인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처벌 강화(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가법)상 처벌 강화, 정부와 기업 감시 체계 강화 등)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사결정 권한의 분산 및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 강화 없이는 최고권력의 비리를 차단하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 일부에서는 정부 부탁을 거부하기 힘들기에 기업들만 비판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데 재벌이 편법.불법 경영을 해서 약점을 잡히지 않으면 전근대적인 정치권력에 종속화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by 매일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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