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중국의 이른바 ‘사드 보복’이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용은?
A. 중국에서 한류로 재미를 보던 기업들이 한한령(限韓令. 한류콘텐츠 금지령) 이후 이른바 한류 지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품 광고에서 송중기 전지현 등 한류 스타는 일제히 현지 연예인들에게 공식 모델 자리를 뺏겼다. 지난달 중국 홈쇼핑 업체, 전자상거래 업체에 한국 제품을 줄이고 한국인 모델을 쓰면 안 된다, 이런 취지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이후 중국 내 한국 연예인의 방송, 광고, 영화 출연이 속속 중단되고 있다. 배우 이영애를 오랜 기간 단독 모델로 내세웠던 원액기 업체 휴롬은 최근 대만 배우 자오요우팅(趙又廷)을 중국 시장 모델로 기용했다.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 비보는 광고 모델로 송중기와 계약을 체결했다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대만 배우 펑위옌(彭于晏)으로 교체했다. 중국 휴대전화 업체 오포도 전지현 대신 현지 스타인 안젤라 베이비를 기용했다. 배우 이영애 주연의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는 중국 현지촬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중국 문화부 홈페이지를 보면 10월부터 한국 연예인이 단 1명도 중국에서 공연을 한 적이 없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발효한 불합리한 저가 여행 관리 추진에 관한 지침도 이런 한한령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10월 중국인 관광객 수는 68만918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경절(10월 1∼7일)이 낀 10월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한 자릿수가 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Q. 통관 거부와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의 조치도 늘고있다. 수출산업타격도 우려되는데?
A. 최근 중국 상무부가 한국산 폴리옥시메틸렌(POM·자동차부품 등에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원료)과 폴리실리콘(태양전지의 핵심 원료)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는데, 당장 갖가지 이유로 통관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 7월 사드 배치 발표 직후 일부 화장품 업체 제품이 산둥(山東) 성 등 일부 지역에서 반입이 거부당한 상태이다. 지난달 11일 광군제 때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물건 일부도 3주가 넘도록 통관에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9월까지 한국산 식품과 화장품의 통관 거부는 148건이다. 지난해 전체(130건)보다 많았다. 특히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검사가 강화됐다는 게 업계 분위기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2일 동력전지업계 규범조건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 최소 연간 생산능력 기준을 기존 200메가와트에서 8기가와트로 40배 가량 높였다. 개정안대로라면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는 중국 1위 업체 비야디(BYD)뿐이다. 이 조치로 생산능력이 2기가와트~3기가와트인 삼성SDI나 LG화학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이다. 올 연말까지 중국 내 배터리 공장을 지으려고 계획했던 SK이노베이션은 공장 건설을 보류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중국은 신규 화장품 안전기술규범을 만들어 안전성 기준을 강화했다.
Q. 현재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중 롯데그룹만 최근 중국 당국의 전방위 조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복성조치라고 볼 수 밖에 없나?
A. 중국 당국은 지난달 29일부터 베이징, 상하이, 청두 등지의 중국 내 150여개 롯데 점포에 소방안전 및 위생 점검단이 나와 조사를 벌이고 있고 세무 조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 사드 배치가 본격화될 경우 롯데그룹의 대형 프로젝트 인허가가 연달아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선양에 총 3조여원을 투입해 롯데타운을 조성하고 있는데 2019년 완공 예정이다. 롯데가 중국에서 운영 중인 총 120여개에 이르는 백화점과 마트도 운영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현재로는 중국현지 상황의 변동 추세에 맞게 사업을 조정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 당국의 전방위 조사를 받는 외국 기업은 롯데그룹이 유일하다. 그래서 지난달 중순 롯데가 한국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시점과 맞물리면서
중국의 보복성 조치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Q.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사드로 인한 보복성 조치는 없다”인데, 중국의 사드보복 언제까지 이어질까?
A.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내외신 기자 브리핑에서 한한령에 대한 중국 정부 입장이 뭐냐고 기자가 질문을 하니까 이런 말을 했다. 이른바 한한령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과의 인문교류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신경에 거슬리는데,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런 입장은 모두가 아는 바다. 중국 민중도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고, 관련자들도 이런 정서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이런 말을 했다. 결국 중국 정부 차원에서 적극 막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대한 여론이 나빠서 현장에서 그런 일을 감행하는 거야 우리가 어떻게 하겠냐.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웨이보(중국 SNS)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약 30만명 참여) 86% 이상이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 출연을 금지한다면 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 거냐. 내년 사드 배치가 되면 중국의 압력을 전방위로 이뤄질 거다. 이렇게 예상할 수 있는데, 다만 중국은 한국의 정국 변화에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조기 퇴진하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중국은 이렇게 기대하고 있다. 차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는 사드 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중국은 보면서, 박 대통령 후임 대통령은 대부분 사드 배치에 반대할 것으로 중국은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은 사라질 텐데, 문제는 앞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 선택을 강요할 당할 때마다 우리가 언제든지 애꿎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홍인표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by 매일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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