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40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 의결했다. 어느 분야에 예산이 늘어났나?
A. 국회를 통과한 내년 국가 예산(지출 기준)은 400조5천억원이다. 정부안(400조7천억원)보다 2천억원 줄었다. 올해 본예산 기준 예산(386조4천억원)보다는 3.7%, 14조1천억원 늘었다.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총 예산보다는 1. 3%, 5조2천억원 증가했다. 예산이 4백조 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그래서 슈퍼예산이라고 부른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누리과정 예산(만 3세~5세 무상보육)은 앞으로 3년 간 중앙정부가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필요 예산의 45% 수준인 8천6백억 원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매년 2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와 지방교육청이 각 절반씩 부담하기로 한 셈이다. 그저 미봉책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내년 예산의 특징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 예산 배정의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 당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은 올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17조5천억 원이었다. 그런데 국회가 여기에다가 공공부문 청년 일자리를 만 개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5백억 원을 늘렸다. 아무튼 전체 일자리 사업 예산은 천억 원 이상 늘었다. 그리고 도로나 철도같은 SOC분야는 4천억 원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SOC 예산은 정부가 예산 사용에 내실을 기하겠다며 2조원 줄여서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을 위한 이른바 쪽지 예산을 들고나오면서 크게 늘었다. 정부는 경기가 어려운 만큼 예산이 경기활성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해 시작과 함께 바로 예산집행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국가 채무는 GDP 대비 40%선을 유지해 재정 건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았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Q. 최순실 예산 항목이 대폭 깎였는데, 자세한 내용은?
A. 정치권은 이번에 논란이 된 최순실 예산을 크게 삭감했다. 해당 사업은 모두 21개, 3057억원이었는데, 이중 최순실 관련 예산은 1637억원(53.5%)을 깎았다. 일부 언론은 이른바 최순실 예산 4천억원을 삭감했다. 아니다 1천8백억원을 줄였다. 이렇게 다양하게 추정하고 있다. 최순실씨 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연루된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예산은 1278억원에서 779억원으로 감액했다. 61%인 4백98억원을 삭감한 것이다. 위풍당당 콘텐츠 코리아펀드 출자와 재외 한국문화원 운영 예산은 각각 270억원과 115억원 삭감했다. 최순실씨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코리아 에이드 사업 예산도 줄줄이 삭감했다. 미르재단이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예산도 삭감했다. 국제농엽협력(ODA) 아프리카 영양 강화 곡물가공식품 제조기술 지원 사업에 192억9300만원을 배정했으나 국회 심사를 거치면서 20억4000만원 삭감했다.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정책의 핵심인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안보다 8% 정도 삭감했다.
Q. 논란이 됐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은 어떻게 될까?
A. 야권은 소득세 및 법인세 인상 주장에서 크게 물러났다. 당초 야권은 심화하는 부의 양극화 완화를 목표로 인상적인 고소득층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그래서 법인세는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기업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소득세법은 과세표준 3억~10억원 구간 근로소득 세율을 38%에서 41%로 올리고, 10억원 초과 시엔 38%에서 45%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자 증세는 소득세에 대해서만 연소득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현행 38%에서 40%로 올리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던 증세없다는 원칙을 여소야대 정국이 깼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고소득자 4만 6천여 명의 세부담이 지금보다 2% 포인트 늘고, 6천억 원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수를 늘리는 효과는 미미하고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현재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사람이 전체 근로자의 48%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소득자에게만 부담을 더 지우는 것은 여론을 의식한 인기영합주의라는 것이다. 법인세는 불황 장기화로 기업들이 어려운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재계는 강조하고 있는데, 내년은 그냥 넘어갔지만 앞으로 법인세 인상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이렇게 보여진다.
Q.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예산이 대폭 늘었다.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할수 있을까?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민생예산은 줄줄이 삭감을 당했다. 구직급여, 산재보험급여 예산은 각각 3262억원과 1281억원 감소했다. 기초수급생활자 취업 지원은 50억원 줄었고 장애인 취업 지원 39억원, 지역아동센터 지원 36억원, 소녀보건사업 12억원 예산도 줄었다. 반면 이른바 지역 민원 쪽지 예산은 크게 늘었다.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지역 민원 쪽지 예산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이 있었지만, 의원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좀 심하게 말하면 한쪽에서 대통령 탄핵을 위협하는 와중에 다른 한쪽에서는 의원 몇몇이 모여서 나랏돈을 나눠먹는 잔치를 벌였다. 예산안 심사 막판에 끼어든 4000여건, 40조원의 지역구 민원예산 가운데 최종 늘어난 것은 5조1424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인데, 지난해 증액 규모 3조5219억원보다 많이 늘었다. 이른바 최순실 예산을 삭감했지만 이것도 대부분 실세의원들이 내민 지역구 민원성 쪽지예산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 덕분에 국정이 마비된 상태고.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내년 예산안은 제대로 심의도 하지 못한 채 시한에 쫒겨 서둘러 합의를 보고 막을 내렸다.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
홍인표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by 매일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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