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국민연금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진 뒤 지금까지 5900억 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

A.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지난해 7월 합병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래서 지금까지 평가손실이 5천9백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합병 삼성물산 보유 주식가치는 지난 18일 종가 기준 1조5186억 원이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 양사 지분가치가 2조1050억원이었는데, 이것은 27.9%, 5865억 원 줄어든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두 회사가 합병하기 직전에 옛 삼성물산 지분 11.61%와 제일모직 지분 5.04%를 보유했다. 그러나 합병 후 출범한 삼성물산 지분은 현재 5.78%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보다 옛 삼성물산 보유 지분이 더 많은 상황이었다. 합병비율이 제일모직 1주당 옛 삼성물산 0.35주로 결정하면서 다른 주주들보다 손실을 더 많이 본 것이다. 옛 삼성물산의 지분을 더 많이 갖고 있었던 삼성SDI, 삼성화재와 같은 삼성 계열사, 그리고 삼성측 백기사 역할을 맡았던 KCC도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합병비율이 잡히는 바람에 현재 10%가 넘는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그러나 합병 당시 제일모직 지분만 23.24% 갖고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가손실이 7.8% 수준이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각각 11.5% 손해를 봐서 국민연금보다 낮다. 국민연금이 합병 전의 지분가치를 회복하려면 통합 삼성물산 주가가 19만1000원을 넘어야 하는데, 이 회사 주가는 합병일인 지난해 9월 1일 이후 한 번도 17만원을 넘지 못했다.

Q.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 청와대와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입김이
작용했나?
A. 당시 청와대와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종용하는 전화를 했다. 이에 대해 문형표 전 장관은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찬성을 지시하지는 않았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관 전화 자체가 압력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은 떨어진다. 지금 와서 문형표 전 장관 움직임이 주목받는 것은 정부가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이용해서 삼성그룹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고 대가는 이른바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챙기려 한 것 아니냐 이런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미국계 펀드인 엘리엇이 반대의사를 표시하면서 찬반세력 간 지분확보 경쟁이 치열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이 삼성을 지지한 것이다. 합병 결정 직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총수 일가만 이롭게 한다면서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합병 신중론자이던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과 합병 찬성파이던 홍완선 기금운영본부장이 갈등을 벌이면서 결국 최광 이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완선 본부장은 합병 찬성 직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 강화와 승계를 위해 합병이 절실했다. 결국 합병 결정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7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지분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직접 지배했다.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한 것이다. 아무래도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을 반대했다면 이런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합병 주총 일주일 뒤 박근혜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과 독대했고 한 달 뒤 삼성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용으로 35억원을 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200억원이 넘는 돈을 출연했다. 그래서 미심쩍은 커넥션이다. 이런 의혹이 나오고 있다.

Q.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 합병 안건에 찬성 결정한 투자위원회 회의록 공개를 촉구했는데, 공개할까?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A.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건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루된 정경유착의 전형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에 대해 사실이라면 국민연금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엄중한 사건이다.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개혁연대는 향후 출범하는 이른바 최순실 특검이 이 사안을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00조원이 넘는 국민의 소중한 연금재산을 삼성 3세 경영권 승계 및 정권 비선실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잘못 사용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면  국민연금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고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의혹에 대해 한 치의 오점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은 당시 투자위원회 회의록을 즉각 공개해 의혹 해소에 협조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의혹으로부터 떳떳하다면, 당시 투자위원회 회의록을 즉각 공개해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거부했다.
Q. 최순실 게이트는 점입가경 이후 우려되는 상황은?
A. 8월 말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177만 명, 기금 규모는 543조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지금도 30대 그룹 상장계열사 184곳 중 93개사에 지분 5% 이상을 가진 주요 주주이다.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기준과 원칙이 뚜렷해야한다. 유착을 염두에 두고 의결권 행사가 이뤄져서는 안된다. 국민연금은 합병에 따른 기대 효익과 기금 포트폴리오 내 영향, 여러 논란과 관심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주어진 원칙과 절차, 지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국민들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홍인표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by 매일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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