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알리안츠생명이 중국 안방보험에 35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고금리 보험 계약의 부채만 5조 원을 넘는데요.
유럽 회계기준을 비롯해 감독당국의 부채적정성평가를 적용하면 재무건전성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백가혜 기자가 전합니다.
【 기자 】
알리안츠생명이 중국 안방보험에 35억 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악화된 재무건전성 때문입니다.
과거 제일생명 시절부터 알리안츠생명은 고금리 보험을 많이 팔아왔습니다.
알리안츠생명의 금리확정 계약 부채는 2014년 6조1천억 원, 지난해 6조2천억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를 금리 구간대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4년 9월 자료 기준으로 5% 이상의 고금리로 맺은 계약에 대한 부채만 5조5천억 원에 달합니다.
현재의 저금리 기조에서 이 고금리로 맺어온 보험계약은 심각한 역마진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역마진은 지난해 알리안츠생명의 당기순손실이 874억 원을 기록하며 입증됐습니다.
문제는 알리안츠생명이 올해부터 외국계 보험사에 적용되는 유럽회계기준, 솔벤시2에 따르면 부채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는 점입니다.
솔벤시2는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고금리 확정 계약이 타격을 주게 됩니다.
독일 알리안츠 본사가 매각가를 35억 원에 합의한 이유는 이 솔벤시2를 기준으로 한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의 부채가 매우 크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의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부채적정성평가(LAT)를 한 결과 자본이 부족한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오는 2020년 국제회계기준인 IFRS4 2단계가 적용되면 부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게 됩니다.
매일경제TV가 알리안츠생명이 보유한 확정금리 상품을 금리 구간대별로 현재의 국고채금리 수준의 시가평가로 대조해 본 결과 총 3천200억 원의 부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런데 알리안츠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총 9천900억 원, 부채비율은 1500%를 넘어 자본의 3분의 1 가량이 부채로 넘어가면 재무구조는 더 취약해집니다.
이미 적자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수년내 자본잠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입니다.
이에 따라 알리안츠 본사가 한국법인을 계속 운영하게 되면 증자의 부담만 가중돼 헐값에라도 한국법인을 청산할 수 밖에 없었다는게 업계의 지적입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의 매각주관사인 JP모건이 앞서 국내 거의 모든 보험사들에 알리안츠생명 인수의향을 조사했지만 인수하겠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사실도 안방보험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매일경제TV 백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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