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혁 거부’·‘임단협 결렬’ 이유는 다르지만…나란히 단체행동 나선 네카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 1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복귀 반대 2차 집회를 열었다.

[사진 = 뉴스1]

네이버와 카카오가 노사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내홍을 겪는 이유는 각각 임원 복귀 반대와 근무 처우 개선으로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조직 문화 개선을 촉구하는 움직임이다.

노조 설립이 늦었고 활동에 소극적이라 무풍지대로 불렸던 판교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모습이다.


1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복귀를 저지하는 두 번째 집회를 개최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위원장은 “피켓 시위와 집회를 이어간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지만 네이버가 노조원들을 무시 중인 상황”이라며 “최 전 COO의 복귀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다음 달 더 큰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조직 문화를 상징하는 최 전 COO를 복귀시키는 결정은 건강하지 않은 네이버를 상징한다”며 “구성원 의견을 외면하고 경영진 지시만 따르면 된다는 부당한 결정과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건강한 네이버를 만들기 위해 시위를 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네이버 노조는 지난달 27일 첫 번째 시위를 열었다.

네이버 노조는 이 자리에서 네이버 경영진에게 ‘최 전 COO 복귀를 회사가 내부 설명회까지 열면서 지원한 이유’와 ‘최 전 COO가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지’를 질문했다.

이에 대한 답변이 없다면 재차 시위에 나설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최 전 COO는 지난 2021년 네이버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다.

직원 A가 과다한 업무와 부당한 지시를 수행하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해 IT업계에 충격을 준 비극이다.

가해자는 임원 B씨로 알려졌다.

B씨는 IT업계에 적을 두고 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질렀지만, 최 전 COO가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지겠다며 B씨의 네이버 입사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노동부도 최 전 COO가 내부의 문제 제기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B씨를 비호했다고 지적했다.

최 전 COO는 노동부 특별근로감독과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자진 퇴사했다.

그러다 지난달 15일 네이버가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하면서 대표로 내정돼 재입사했다.

현재 회사로 출·퇴근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지난 3월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다음을 운영하는 콘텐츠사내독립기업(CIC)의 분사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날 네이버 노조 집회에는 100명이 넘는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처한 위기 상황의 원인이 공통적으로 경영진의 독단과 불통인 만큼 연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카카오 노조는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VX의 임금교섭 및 단체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단계적 파업에 나섰다.

지난 2018년 노조 설립 이후 첫 집단행동이다.

카카오 노조는 이날 2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오는 18일 4시간 부분파업 및 대규모 집회를 진행, 25일에는 24시간 전면 파업을 계획 중이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성장은 크루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회사는 일방적이고 낮은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하며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와 성과를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6750억원과 영업이익 9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 대비 각각 12%와 140% 늘어난 규모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 상황이 어렵지 않은 만큼 노조는 실적 개선에 따른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요구했으나 실패했다.


임단협 과정에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도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분식회계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징금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 제재를 받았지만 류 대표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당시 류 대표는 경영 쇄신을 통해 상생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노조원들의 배신감이 더 큰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와 카카오뿐 아니라 한글과컴퓨터와 네오플 노조도 투쟁을 고려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 노조도 회사가 내놓은 연봉협상안이 직원들의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창사 이래 최초 파업을 고려 중이다.

네오플 노조도 이날 초과 근무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네오플 노조는 역대 최고 매출 달성에도 회사가 성과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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