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원인' 뇌 속 노폐물…3배 더 빨리 배출할 길 찾았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단장(왼쪽)과 연구팀. IBS

국내 연구팀이 '뇌 속 노폐물 배출' 촉진 방법을 찾았다.

얼굴과 목 피부 밑 배출 경로를 새로 발견하고 이 경로에 자극을 줬더니 배출이 3배가량 촉진됐다.

노폐물이 유발하는 치매 등 신경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5일 뇌 속 노폐물이 눈과 코 옆 피부 아래 림프관과 턱밑샘 림프절로 이어진 경로를 통해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뇌에서 생성되는 대사 노폐물은 뇌척수액을 통해 밖으로 배출된다.

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 속에 쌓이면 신경세포를 손상해 인지 기능 저하, 치매 등 신경 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과 비인두 림프관망을 통해 목 부위 안쪽 림프절로 배출되고, 노화에 따라 림프관이 퇴화하면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저하됨을 규명했다.

비인두 림프관과 림프절을 이어주는 목 림프관에 약물을 주입해 뇌척수액 배출을 두개골 밖에서 증가·감소시킬 수 있음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뇌척수액 배출 경로를 시각화했다.

림프관에 선택적으로 형광 표지자를 발현하는 생쥐 모델과 생체 내 이미징 기술 등 첨단 시각화 기술을 활용했다.

그 결과 척수액이 눈 주위, 코안, 입천장의 림프관을 통해 얼굴 피부 아래 눈코 옆 림프관으로 모인 뒤 턱밑샘 림프절로 배출됨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뇌척수액 배출 경로가 영장류에도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이는 사람에게도 유사한 뇌척수액 배출 경로가 존재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노화에 따라 약화된 뇌척수액 배출 기능을 정밀한 물리적 자극으로 개선할 수 있음도 확인했다.

노화된 쥐의 얼굴 피부 아래 집합 림프관에 정밀한 저강도의 기계적 자극을 줬더니 뇌척수액 배출이 2~3배 늘어났다.

고 단장은 "뇌척수액 배출 경로의 지도를 완성한 것은 물론, 뇌척수액의 배출을 뇌 외부에서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향후 치매를 포함한 신경 퇴행성 질환 연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