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국채수익률 탈동조화
트럼프 3개월만에 나타난 뉴노멀
美경제 지탱하는 신뢰·가시성 흔들
경제참모들 주말 뉴스 인터뷰 출격
디폴트 위험과 관세전쟁 축소 반박
달러·국채금리 디커플링 시작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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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만든 달러 인덱스와 국채 금리 간 ‘탈동조화’ 패턴 <그래픽=FT> |
위에 보이는 그래프 하나에 지난 트럼프 2기 취임 3개월이 만든 글로벌 경제 후폭풍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바로 달러 인덱스와 미 국채 금리(10년물) 간 상관 관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휘발성 높은 정책 이슈가 쏟아지면서 투자자 패닉 심리가 커졌고 이는 지난 수년 간 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 간 동조화 패턴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동조화가 깨진다는 건 투자자에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일반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달러가 강세를 보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미국 채권의 투자 매력도가 올라 투자자들이 채권 구매 수단인 달러를 사게 됩니다.
반대로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국채 매력도가 떨어져 달러 가치가 떨어집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상호 관세 발표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16%에서 4.42%로 올랐지만, 달러는 유로 등 다른 통화 바스켓 대비 4.7% 떨어졌습니다.
FT는 최근 두 곡선 간 상관성이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합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국채 금리 상승이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인다는 신호였고, 이는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에 매력적 포인트였습니다.
그런데 재정 우려와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리 상승이 주는 전통적 신호가 ‘국채 위험도 증가’로 바뀌었고 이 때문에 달러까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UBS의 외환거래 헤드인 샤합 잘리누스는 “이는 (선진시장이 아닌) 신흥시장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패턴”이라고 꼬집습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최근 미 정부의 신용디폴트스왑(CDS) 스프레드는 그리스,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CDS는 채권 발행사의 디폴트 위험에 대한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입니다.
보통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때 CDS 프리미엄이 증가하는데 벌써부터 리스크 프리미엄이 현저해지고 있습니다.
시타델증권은 달러 인덱스와 국채 금리 탈동조화 현상에 대해 ‘법치주의’, ‘중앙은행(미 연준) 독립성’, ‘예측가능한 정책이라는 제도적 무결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드는 이 3대 구성 요소가 달러의 강세를 이끄는 축이었는데 트럼프 3개월간 시장의 믿음이 깨졌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탈동조화가 미 국채를 피해 새로운 안전 자산을 찾아다니는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의 글로벌 외환거래 헤드인 안드레아스 코닉은 지난 몇 년 동안 포트폴리오에서 달러를 매수하는 게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효과를 낳은 반면 최근 달러와 채권 금리 간 역의 상관성은 투자자에게 위험이 커지는 신호라고 강조합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금요일 투자자 메모에서 자산군 간의 상관관계에 ‘근본적 변화’가 있는지 우려가 나오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과거 달러를 보유하면 주가 하락 시 기본적인 헤지 수단이 됐지만 지금은 달러가 함께 빠지면서 자산군 사이에서 새로운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건 결국 대규모 달러 자산 매도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게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의 경고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몇 달간 상승한 유로와 일본 엔, 그리고 스위스 프랑에 대해 달러 약세에 대비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또 이런 새로운 위험 증가가 또 다른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자산 배분에 강력한 기반을 조성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발등의 불인 것 같습니다.
그 징후로 지난 주말 흥미로운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트럼프노믹스를 구현하는 3명의 경제 참모들이 일제히 일요일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 미국 재정 건전성과 관세 전쟁을 얘기했습니다.
최근 ‘TACO 트럼프’라는 비아냥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의 리더십을 방어하기 위해 총출동한 것이죠. 마키아벨리의 유명한 경고처럼 군주는 대중에 조롱의 대상이 될 때 리더십이 무너집니다.
이들 경제 참모는 일제히 “미국은 결코 디폴트하지 않는다”,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관세는 사라지지 않는다”, “상호관세 제동 시 다른 대안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와 강력한 리더십을 옹호했습니다.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와 사법부의 균형 역학이 계속 무시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미국 달러 기축통화를 떠받치는 미국 법·제도의 가시성에 위험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부채한도를 둘러싼 공화당 내부의 비판 목소리 등 정치적 갈등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달 미 하원 본회의를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간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에 4조 달러의 부채한도 인상 조항이 반영돼 있습니다.
베선트 재무 장관은 이 인상 계획이 의회에서 제때 처리되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오는 8월부터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볼 때 취임 3개월이 만든 달러 인덱스와 국채 금리 간 탈동조화(=투자자 리스크 확대) 패턴과 그 골짜기의 깊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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