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매 관련 건강상품 12% 늘어
1분기, 저축상품은 13% 급감해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 영향
‘소비자 선택권 축소’ 비판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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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
보험업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신 회계제도 IFRS17이 보험사 상품 판매 포트폴리오를 크게 바꾸고 있다.
회계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보장성 보험 판매는 늘리는 반면, 이익에 도움되지 않는 저축성 상품은 줄이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단순화는 장기적으로 보험사가 시장 변화에 대처할 능동성을 떨어뜨리는 데다가 소비자 선택권도 위축시키므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은 ‘1분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국내 생명보험사의 지난 1분기 수입 보험료가 31조1121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1%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보장성보험이 13조2489억원에서 14조9038억원으로 12.5% 늘어나며 실적 상승세를 견인했다.
보장성 보험은 종신보험, 정기보험, 암보험, 건강보험 등으로 위험 보상에 중점을 둔 상품이다.
최근엔 종신보험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생보사는 암과 치매 등 질병을 보장해주는 건강보험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보장성보험 판매가 증가하는 동안 일종의 적금 상품인 저축성보험은 큰폭으로 감소했다.
작년 1분기 8조4426억원에서 1년새 7조3103억원으로 축소됐다.
2023년 1분기 9조2957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생보사 수입보험료에서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분기 40%에서 올해 1분기 48%로 높아졌다.
반면, 동기간 저축성보험은 32%에서 23%로 위축됐다.
보험사 상품 포트폴리오가 보장성보험으로 재편되는 건 새 회계제도 IFRS17의 영향이다.
이 제도는 향후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등 보험부채를 현재 가치로 평가하고,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을 장기적으로 균등하게 인식하는 게 특징이다.
보험업을 타 금융업과 비교 가능하게 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다만 IFRS17에서 순이익의 기반이 되는 계약서비스마진(
CSM)이 보장성 보험의 경우엔 크고, 저축성 보험은 0에 가까워 보험사로서는 저축성보험 판매에 굳이 자원을 투입할 유인이 없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향후에도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한 수익 모델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보험사를 찾는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보험사 자체의 포트폴리오도 단순화한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다른 금융업권과 마찬가지로 보험사도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능동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며 “단순히 회계제도 변화 때문에 상품 구성이 변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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