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남자가 1940년 여자에게 건넨 말···뮤지컬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 판타지 펼쳐져

암울한 시대, 자유 꿈꾸는 남녀
40년 건너뛰어 필담 통해 만나
서림 옮겨놓은 무대, 판타지 세계

뮤지컬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에서 해준(정욱진·왼쪽) 과 양희(이봄소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 부르고 있다.

<이모셔널씨어터>

독재정권의 1980년 해준이 일제강점기의 1940년 양희에게 과연 희망적인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두 암울한 시대에서 자유를 꿈꾸는 두 남녀가 만난다.

상상 속에서나 이뤄질 법한 일이 책을 매개로 필담을 통해 이뤄진다.


대학로 초연 뮤지컬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는 4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만나는 두 남녀가 서로의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공연은 1940년의 양희가 아버지가 물려주신 아시타 서림에서 신간 소설을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쓴 작가 미상의 소설을 팔아 독립 자금에 돈을 보태던 양희는 우연히 자신의 책에 누군가 남긴 답변을 발견한다.

그 답변을 남긴 사람은 다름 아닌 1980년의 해준. 해준은 학생운동 중 도망쳐 들어온 아시타 서림에서 양희의 책을 만나고, 그 이후 두 사람의 대화는 시작된다.


2인극의 두 주인공은 한 무대 위에 같이 서있지만, 둘은 서로를 볼 수 없다.

영상, 조명을 활용해 양희와 해준 사이의 40년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양희와 해준이 필담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각자의 공간에 다른 조명을 두어 동시에 다른 시대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무대는 책 가게(서림·書林)를 그대로 옮겨 놨다.

고즈넉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라 어딘가 판타지 세계에 온 듯하다.

밤하늘 별빛처럼 대화를 나누는 책에 조명이 들어오게 해 양희와 해준에게 벌어지는 판타지 같은 일을 극대화시켰다.


1980년의 해준은 1940년의 양희를 어떻게 도울지 고민한다.

해준은 역사에 실패로 기록된 독립운동에 양희가 곧 가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준은 양희의 성공을 최대한 도와주고 싶어하지만, 이미 학생운동 시위 중 동지의 죽음을 목격한 뒤 말리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며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소심한 인물이기도 하다.


대학로의 주옥 같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양희 역에 이봄소리·이지수·박새힘, 해준 역에 정욱진·윤은오·임규형이 출연한다.

오는 6월 21일까지 et theatre 1(구 눈빛극장).

뮤지컬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의 한장면<이모셔널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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