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우리는 게임사가 아니다"…에픽게임즈,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

▣ 편집자주 = 에픽게임즈(Epic Games)가 더 이상 게임사로 머무르지 않겠다는 선언을 넘어 현실을 재구성하는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매일경제TV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에픽게임즈의 미디어·콘텐츠 기술 파트너십 오피스를 방문해 언리얼 엔진 개발 관계자들과 비공식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현장에서 마주한 언리얼 기술의 진화는 단순한 그래픽 엔진을 넘어 인간의 감각과 현실 인식을 바꾸는 인터페이스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 에픽게임즈 "우리는 글로벌 혁신가"

에픽게임즈(Epic Game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 아츠(EA)와 함께 북미를 대표하는 게임 개발사로 이름을 알렸지만, 현재 이들이 추구하는 정체성은 명확합니다.

게임을 넘어 산업 전반을 설계하는 기술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플랫폼이 바로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입니다.

언리얼 엔진은 게임 그래픽을 넘어 자동차·건축·패션·영화·국방 산업까지 확장되며, 산업 전체의 시각화·시뮬레이션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을 통해 구현된 현대자동차의 디지털 쇼룸이나 루이비통의 가상 런웨이 쇼는 기술의 쓰임이 산업 전반에 걸쳐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이제 에픽게임즈는 현실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서 '경험 경제'의 물리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언리얼 엔진, '존재감'을 설계하는 기술

언리얼 엔진 5는 사실적 그래픽 구현을 넘어 현실과의 경계를 허무는 몰입형 경험 설계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타휴먼 툴킷(Metahuman Toolkit)은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재현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의료 시뮬레이션, 방송용 디지털 휴먼, 가상 콘서트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됩니다.

이같은 기술은 단순히 고화질 영상을 구현하는 수준을 넘어 '존재한다는 감각'을 재현하는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 산업을 넘는 확장성…"플랫폼은 감각을 설계한다"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은 더 이상 콘텐츠 산업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건설업체들은 언리얼을 활용한 디지털 트윈을 통해 건축물 구조를 사전 시뮬레이션하고, 패션 브랜드는 디지털 런웨이 쇼를 구현하며, 국방 분야에서는 병력 훈련용 시뮬레이터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가상 아이돌 '나비스'처럼 새로운 콘텐츠 융합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언리얼로 제작한 가상 아이돌 '나비스'를 통해 음악·콘텐츠·브랜드 협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즉, 브랜드는 이제 공간이 아니라 세계관을 설계하며, 언리얼은 이를 구현하는 기술 플랫폼이 되고 있는 겁니다.

◇ 기술이 아닌 권력: AI와 윤리의 경계에서

언리얼 엔진의 시각화 능력이 AI와 결합하면서 윤리적 질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 관계자는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한 동양인 캐릭터가 과도하게 서구적인 외형을 가진다'는 지적과 관련해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편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음 릴리즈에서는 보다 다양하고 균형 잡힌 데이터를 학습해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실을 구현하는 기술일수록, 누구의 시각으로 세상을 재현하는가에 대한 민감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에픽게임즈는 기술적 진보만큼 윤리적 책임과 감수성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 "더 이상 게임사가 아니다…우리는 현실 설계자"

현대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제 '얼마나 현실처럼 몰입하게 하느냐',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자를 머무르게 하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 됐습니다.

언리얼 엔진은 단순한 개발 도구를 넘어 감각 기반의 인터페이스로 작동하며 새로운 경제 구조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게임 회사가 아닌 기술 기업으로 인식하는 시장의 시선에 대해 "정말 기쁜 일"이라며 "게임사를 넘어서 글로벌 혁신가로 불리고 싶고 그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언리얼 엔진은 글로벌 시각화 플랫폼 시장에서 유니티(Unity)와 함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으며, 실시간 렌더링 기술의 비게임 산업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이제 이 엔진은 단순한 툴이 아니라, 현실을 가공 가능한 형식으로 바꾸는 감각 기반 인터페이스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게임 개발회사로 시작했지만, 이제 그들은 '현실 설계자'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감각과 시각, 경험을 재구성하는 플랫폼의 등장은 "당신의 현실을 누가 설계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최신 기술 동향에 대한 보다 자세한 분석과 통찰은 매일경제TV가 선보이는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제 13호 '점유의 시대: 시간, 공간, 플랫폼을 선점하라'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김하영 기자 / kim.hayoung@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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