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하러 왔다가 트레킹에 빠졌네 거부할 수 없는 로이커바트의 매력

로이커바트.


스위스 로이커바트는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온천마을이다.

호텔마다 온천 스파시설을 마련해 봄·여름·가을·겨울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을 받는다.

로이커바트의 매력은 온천에 그치지 않는다.

수백 년 역사를 품은 알프스 고갯길이 보석 같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준다.


첩첩산중 알프스가 꼭꼭 숨겨놓은 보물
호사로운 온천 여행을 꿈꾼다면 스위스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깊은 계곡 웅장한 알프스를 바라보며 뜨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일은 2000년 전 로마인들로부터 시작됐다.

인구 1500명이 살아가는 산중 마을 로이커바트는 우리가 스위스를 상상했을 때 등장하는 모든 풍경이 있는 곳이다.


웅장한 바위산에 가로막혀 여름이 지나면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한낮 4~5시간밖에 되지 않는 이 비밀스러운 마을은 요즘 한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허니문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로이커바트는 로이크로 통하는 남쪽 지역 말고는 전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동쪽에는 토렌트호른(2998m), 북쪽으로 겜미 고개(2322m)와 발름호른(3698m)이, 그리고 서쪽에 다우벤호른(2942m)이 자리한다.

전부 우리나라 최고봉 한라산보다도 훨씬 높다.

가까이 보이는 것만 이 정도다.

굽이굽이 산세가 이어져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로이커바트는 여름과 겨울에 방문객이 가장 많다.

여름에는 하이킹, 겨울에는 스키를 타고 난 뒤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이곳을 여행하는 공식이다.

이 때문에 로이커바트 모든 호텔에는 크고 작은 온천과 사우나 시설을 갖췄다.

400만ℓ에 달하는 뜨거운 물이 65개 온천구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현재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8개뿐이다.


로이커바트를 찾은 유명인은 셀 수 없이 많다.

독일 작가이자 철학자 괴테는 1779년 이곳을 방문했다.

전 세계 안 다닌 곳이 없는 미국의 대문호 마크 트웨인은 1878년 4월부터 1879년 9월까지 유럽 곳곳을 여행했다.

그때 로이커바트에도 머물렀던 그는 "온천욕은 지방을 없애고 피부병을 낫게 해준다.

환자들은 몇 시간이고 커다란 욕조에 들어가 시간을 보낸다.

욕조에는 책상과 테이블이 떠다니는데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책을 읽거나 체스게임도 하고 심지어는 간식까지 먹는다"고 상세히 묘사했다.


로이커바트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을 뽑자면 '로이커바트 테르메'와 '발리저 알펜테르메'를 들 수 있다.

로이커바트 테르메에는 실내외 욕탕이 전부 합쳐 10개나 된다.

아이들이 즐겁게 온천을 할 수 있도록 미끄럼틀도 갖췄다.

발리저 알펜테르메는 로이커바트에서도 가장 전망 좋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발리저 알펜테르메는 특히 실내수영장이 예쁘기로 소문났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아치형 창문 세 개가 정면으로 보이고 창밖으로는 그림 같은 산세가 펼쳐진다.

내벽 역시 파스텔톤으로 칠해 따스한 색감이 돋보인다.


겜미 패스 트레킹.


온천의 맛을 더해주는 겜미 패스 트레킹
로이커바트 여행에 재미를 더해줄 액티비티로 겜미 패스(Gemmi Pass) 트레킹을 추천한다.

겜미 패스를 처음 만든 것은 로마 사람들이었다.

이 길을 따라 그 옛날 로마 사람들은 로이커바트로 온천욕을 즐기러 왔다.

중세시대에는 이 길을 따라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오가면서 교역을 했다.


200년 전 로이커바트 지역이 관광 명소로 개발되면서 덩달아 겜미 패스까지 주목을 받았다.

군인과 성직자, 상인들이 걷던 길을 마크 트웨인, 파블로 피카소 같은 유명 인사들이 방문하면서 로이커바트를 대표하는 명승지가 됐다.

겜미 고개는 해발고도 2344m다.

로이커바트 마을부터 산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2시간이 걸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다.

나무가 전혀 없는 주변 풍경을 보고 있자니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이질감이 들었다.

생경했던 풍경이 익숙해질 때쯤 다우벤제가 보인다.

주변이 온통 돌산에 둘러싸인 호수 다우벤제는 잿빛이었다.

물이 말라 수심이 얕은 부근에는 바닥이 드러났다.


겜미 패스는 발레주 로이커바트와 베른주 칸더슈테크를 잇는다.

겜미 패스 트레일은 사람에 따라서 부르는 구간이 다르다.

누구는 로이커바트부터 칸더슈테크까지 약 20㎞에 달하는 길을 걷기도 한다.

20㎞ 중 순수하게 두 발로 걸어야만 하는 구간은 겜미 로지부터 순뷔엘까지 약 9㎞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2시간30분, 중간중간 사진도 찍어가면서 걸으면 3시간 정도 걸린다.


다우벤제를 지나 길 중간쯤에 호텔 슈바렌바흐가 나타났다.

무려 1742년부터 자리를 지켰다는 호텔 슈바렌바흐는 본래 세관 건물로 지어졌다.

관광업이 발전하면서 호텔로 바뀌었고 소설가 쥘 베른, 기 드 모파상, 마크 트웨인과 화가 파블로 피카소, 블라디미르 레닌 등이 다양한 유명 인사가 호텔 슈바렌바흐를 들렀다.


슈바렌바흐를 지나고부터는 완만한 내리막이다.

이곳에서부터 순뷔엘 케이블카 정류장까지는 4㎞ 거리다.

길을 걷다 보면 발레주와 베른주의 경계가 되는 곳에 나온다.

큼직한 바위에 긴 설명 없이 각 주의 상징 문장을 그려 넣었다.


상업적 목적을 위해 만든 길은 세월이 흘러 여행길로 바뀌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호텔과 위압적인 풍경만은 예전 그대로다.

스위스 알프스야 어딜 가나 아름답겠지만 이만한 스토리가 있는 길은 드물다.


"여기까지 와서 온천만 하면 정말 아쉽지. 로이커바트의 진짜 매력은 저 산에 있거든." 현지인들이 입을 모아 자랑하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묵직해진 다리를 이끌고 산을 내려오자 온천 생각이 간절해졌다.


[로이커바트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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