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로 숨통 틔웠지만 기업가치 290억원으로 ‘뚝’

화장품 유통기업 실리콘투가 위기의 명품 커머스 플랫폼 발란에 150억원을 투자하며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발란의 기업가치는 2년 전 3000억원에서 290억원으로 급락했다.

과연 실리콘투의 투자가 발란의 턴어라운드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와 관련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에게 직접 세간의 우려, 회생 계획 등을 들어봤다.


최근 실리콘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발란.(발란 홈페이지 캡처)
“흑자 내야” 조건부 투자 눈길
“발란의 사업 모델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


김 대표가 발란 실사를 하며 느낀 점이었다.

다만 단계적인 회생을 위해 실리콘투는 두 단계로 투자를 하게 전략을 짰다.

우선 75억원을 즉시 투자하고 나머지 75억원은 2025년 11월부터 조건부로 집행하는 것. 단 조건은 까다롭다.

직매입 제품 판매 비중 50% 이상, 매월 영업이익 흑자다.


업계에서는 실리콘투의 이 같은 투자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실리콘투가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발란의 실적 개선을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자연스레 그러면 ‘실리콘투는 이런 조건 충족을 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할까?’란 의문이 뒤따른다.


핵심은 직매입 비중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것.
김 대표는 “직매입을 통해 마진율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발란의 기존 오픈마켓 모델에 더해 제품의 현지 직접 소싱 채널을 확대해 제품 신뢰도와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실리콘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진출 가속화도 예고했다.

김 대표는 “실리콘투의 해외 물류 인프라와 현지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란의 K-패션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혁신을 통한 고객 경험 개선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해 소비자의 취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SNS(소셜미디어) 중심의 효율적 마케팅과 함께 당일 배송 서비스 확대도 병행해 소비자 만족도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매경DB)
창업자 경영권은?
또 하나 따져볼 점은 최형록 대표의 거취다.

참고로 실리콘투는 이번 투자를 통해 발란의 최대주주(33.95%)로 올라섰으며, 2027~2028년 사이 지분 50%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도 보유했다.

이에 따라 실리콘투가 결국 발란의 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실적 개선 상황을 충분히 확인한 후 추가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실리콘투와 기존 주주들을 위한 안전 장치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경영권 변동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최형록 대표의 역할을 존중하며 협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창업자의 경험치와 도전 정신을 계속 응원할 것이며, 실리콘투는 유력 조력자로서 그들의 성공에 기여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부에나파크(Buena Park)에 위치한 실리콘투의 대형 물류센터(실리콘투 제공)
실리콘투-발란 협업 시너지날까
실리콘투는 발란의 글로벌 확장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실리콘투가 보유한 글로벌 물류·현지화 역량을 활용해 발란의 명품 IP와 K패션을 결합한 새로운 유통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 속에는 종전 실리콘투가 쌓아올린 K뷰티의 성공 방식을 적용해 명품 패션 시장에서도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누적 결손금만 785억원에 달하는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치열한 명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발란은 실리콘투의 투자로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수익성 개선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발란의 미래, 올해 11월이 분수령
발란의 운명은 올해 11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2차 투자 조건 충족 여부가 관건이다.

실리콘투는 2027년부터 2028년 말까지 발란 지분 50%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도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발란의 생존이 국내 명품 커머스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한 e커머스 업체 임원은 “발란의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는 위기에 빠진 다른 명품 플랫폼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리콘투의 투자가 발란에게 기사회생의 기회가 될지, 아니면 단순히 연명에 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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