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객기·헬기 충돌, 67명 전원 사망 추정…트럼프 “사고는 바이든 탓”

미국 구조 당국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포토맥강의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미국 구조당국이 수도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헬기 충돌 사고로 두 항공기 탑승자 67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이 탑승자 수색과 사고 조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 책임을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 돌리며 사고를 정치화했다.


워싱턴DC의 존 도널리 소방청장은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모든 노력에도 우리는 이제 구조 작전에서 (시신 등의) 수습 작전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있다”며 “현시점에서 우리는 이번 사고의 생존자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8시53분쯤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근처에서 훈련하던 육군 헬기와 충돌해 두 항공기 모두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미국 중부 캔자스주에서 출발한 항공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등 총 64명이, 헬기에는 군인 3명이 타고 있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비행기 잔해를 수거하고 있는 수색대. [사진출처=연합뉴스]
도널드 소장은 여객기에서 27구, 헬기에서 1구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여객기에는 1994년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 챔피언 출신인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를 비롯한 전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코치 약 20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의 재미(在美) 영사 업무 담당자에 따르면 그중에는 여자 피겨 유망주로 주목받아온 한국계 지나 한(Jinna Han) 선수도 포함됐다.


또 함께 탑승한 10대 남자 피겨 선수 스펜서 레인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레인의 부친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 CBS뉴스에 따르면 지나 한과 스펜서 레인 두 선수의 모친들도 사고기에 함께 타고 있었다.


사고 직후 현장에는 워싱턴DC는 물론이며 인근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의 경찰·소방 당국, 국방부, 육군, 해안경비대, 연방수사국(FBI),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등 관련 기관이 출동해 밤새 구조 활동을 했다.


여객기는 동체가 3조각 난 채로 허리 깊이의 강물에 떨어졌으며 주변에서는 헬기 잔해도 발견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여객기와 헬기가 같은 고도에서 비행했던 이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분위기다.


사고 당시를 촬영한 영상에는 착륙하려고 저고도로 비행하던 여객기를 향해 헬기가 다가가 충돌하면서 화염이 발생했다.


공항 관제사가 헬기에 여객기와의 충돌을 주의하라고 무전으로 경고했지만 그 직후에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는 (여객기를 피하기 위해) 수백만 가지의 다른 기동을 할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냥 그대로 갔다”며 “그들(헬기와 여객기)은 같은 고도에 있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전임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항공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채용할 때 능력보다 인종과 성별, 계층 등의 다양성을 중시한 탓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연방항공청(FAA)의 다양성 추진에는 심각한 지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중점을 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직전 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중시 인사 정책으로 인해 능력이 부족한 항공관제 인력이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항 관제사와 헬기 조종사도 탓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일부 사망자 가족을 만날 계획이다.


여객기와 헬기가 가라앉은 포토맥강에서 생존자 수색하는 구조요원들. [사진출처=연합뉴스]
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NTSB는 이날 브리핑에서 여객기 블랙박스를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블랙박스는 사고 당시 조종석에서 이뤄진 대화와 각종 비행 정보를 기록하기 때문에 여객기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니퍼 호멘디 NTSB 위원장은 “모든 조사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람, 기계, 그리고 환경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고 당시 로널드 레이건 공항 관제탑의 근무 인력 상황이 “시간과 교통량에 비해 정상이 아니었다”고 평가한 연방항공청(FAA)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공항 주변 헬기들을 담당했던 관제사가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에 대한 지시 업무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는 보통 관제사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하는 업무라는 설명이다.


의회에 제출한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레이건 공항 관제탑에는 지난 2023년 9월 기준 관제사 19명이 있었다.

FAA는 30명을 목표로 했으며 관제사 노동조합도 30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 2001년 11월 12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인근 주택가로 추락해 260명 전원이 사망한 이래 인명 피해가 가장 큰 항공기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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