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리스크 해소 전까지 증시 변동성 불가피
박근혜 당시, 탄핵 결정 후 증시 상승국면 진입
2016년 중소형주·제조업↑…트럼프 영향
“이번엔 정치·경제 여건 더 부정적, 하락 장기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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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기로에 서자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증시 상황이 회자되고 있다.
행정부 수장의 정치적 오판으로 탄핵 여론이 확대되고 있단 점과 당시 미국 대통령이자 현재 미 대선 당선인인 트럼프가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단 점 등 대외환경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탄핵 정국 당시 급등락했던 종목에 관심이 쏠리며, 투자 전략을 재정비하려는 투자자들의 계산이 바빠지고 있다.
9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에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35.79포인트(1.47%) 내린 2392.37로 출발해 급락을 거듭했다.
장중 2383.82까지 떨어져 지난해 11월 3일(2351.8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2365.51까지 내려와 52주 신저가 마저 갈아치웠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발된 이후 첫 거래일로,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6년 10월 말 박근혜 탄핵 추진 초기 당시에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연일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해봤을 때, 정치적 리스크가 직접적으로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며, 해당 사태의 장기화 여부가 증시 반등의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헌법적인 절차들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며 제도상의 견제와 균형이 유지된다면 정치적 이슈로 인한 환율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이 가결될 시 추가 계엄 가능성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멸되며, 헌법재판소 판결(탄핵 최종 결정) 전까지 약 2~3개월 추가 변동을 거친 후 증시 환경은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당시 시장은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변동성은 지속됐었다.
이후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곧바로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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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한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중소형주’와 ‘제조업 관련 종목’이 상대적으로 더 큰 상승세를 보였다.
중소형주의 경우 변동성이 큰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시 수익을 극대화할 창구로 주목받았고, 제조업은 트럼프랠리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6년 탄핵 정국 때 중소형주, 제조업 관련 주가 주목받았던 것은 미국 트럼프 정부 영향이 컸다”며 “2017년 3월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되고 이후 1년간 지수는 지속 오름세를 보였었다”고 설명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박근혜 탄핵이 본격 추진된 지난 2016년 10월 30일부터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당해 12월 9일까지 약 40일간 국내 전체 주식시장에서 급등한 상위 10개 종목은
DSR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코스닥(4곳), 코스넥(5곳) 종목이다.
1위는
인카금융서비스(139.6%)였고,
프리엠스(101.41%),
DSR(91.30%), 스페이스솔루션(91.05%), 씨앗(89.11%), 금오하이텍(87.06%), 코셋(84.92%),
동신건설(84.47%), 유디피(83.52%),
서연탑메탈(79.53%)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시각 범위를 코스피로 좁혀보면, 급등 순위 상위 10위 중
흥국화재2우B(현재 상장폐지)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제조업이다.
DSR(91.3%),
흥국화재2우B(51.66%),
동국제강(44.88%),
금강공업우(40.16%), 대성합동지주(38.71%),
대성산업(38.51%),
디와이파워(35.0%),
세아제강(34.91%),
에스엘(34.73%),
DSR제강(34.30%) 순이다.
다만 이번 탄핵 정국의 경우, 사태 발생 전부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 제기돼왔던 만큼 탄핵이 가결된다 해도 과거와 달리 추세적 하락은 장기화될 확률이 높단 견해가 나온다.
허준영 교수는 “2016년엔 우리나라 경제가 저점을 통과해 올라오고 있던 때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 반등에 속도가 붙을 수 있던 것”이라며 “이번엔 추세적으로 경제지표가 고꾸라지고 있었던 데다 1기보다 강력해진 트럼프 2기 영향으로 2016년 득을 봤던 트럼프랠리 수혜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 증시는 정치적 혼란이 빨리 가라앉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으로, 지속해서 지수가 하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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