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탈출 해야하나”…서울의 밤에 놀란 외국인들, 어떤 주식부터 팔았나 보니

반도체 이어 은행주까지 ‘팔자’
‘기본금융’ 野 집권 가능성에
계엄 해제 이후 매도세 전환
1342억 빠져나간 KB금융
하루만에 주가 11% 급락

비상계엄 발표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가 2거래일째 코스피에서 돈을 빼는 가운데 자금 유출은 은행 관련주에서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기업 밸류업과 앞선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로 은행주를 사들였던 외국인이 정치적 불안정성을 이유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은 10.6% 하락한 8만5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JB금융지주는 6.79% 내렸으며 신한지주도 5.5% 하락했다.


외국인은 KB금융에서 1341억원, 신한지주에서 352억원을 순매도할 정도로 이날 외국인 매도는 삼성전자와 은행주에 집중됐다.

KB금융은 미국 국채 수익률 급등에 따라 신흥국 자금 유출이 심하던 7월에도 하루 순매도가 490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외국인 순매도량은 유례없는 규모다.


외국인 지분율이 78%인 KB금융의 2거래일간 주가 하락폭은 15.3%로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동해 석유 시추 프로젝트(대왕고래 프로젝트)주인 한국가스공사의 하락폭(15.1%)보다 컸다.


금융주는 올봄 총선을 앞두고도 윤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돼 움직일 정도로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과 주가 흐름이 함께 움직였다.

이번에 야당에서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예고하자 정책 모멘텀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급락한 것이다.


금융주 중에서 계엄 발표 후 2거래일간 KRX증권지수는 5.1%, KRX보험지수는 7.8% 하락한 데 반해 KRX은행지수는 9.5% 하락했다.

밸류업 중에서 은행주의 하락이 가파른 것은 주주환원 규모 축소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업종이어서다.


이미 달러당 1415원까지 떨어진 원화값 때문에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하면 주주환원 규모가 줄어든다.


KB금융신한지주는 CET-1이 13%를 넘는 자본은 추가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밸류업 공시 때 밝힌 바 있다.

달러당 원화값이 1320원일 때는 CET-1이 13%를 넘었는데 원화값 하락이 계속되면 안심할 수 없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하락 시 KB금융신한지주는 CET-1이 1bp(1bp=0.01%포인트),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3bp가량 떨어진다.


정량적인 자본비율보다 은행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야당이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한 상황에서 야당이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탄핵 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전망된다.


과거 이 대표는 ‘기본대출’ ‘기본금융’ 공약을 통해 은행권이 이익이나 배당보다는 사회적 역할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작년 말 고금리 상황에선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은행에 ‘횡재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돼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취약계층 대출로 인한 충당금이 높아지면 결국 주주환원 규모 축소로 연결된다.

과거에도 은행이 충분한 이익창출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요구 등으로 총주주수익률(TSR)이 낮았다.


다만 불확실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금융주의 낙폭은 과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공시의 책임, 우리나라 증시의 국제 신뢰도 등을 고려하면 주주환원이 백지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 주가를 9만원으로 가정할 때 2025년 TSR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가 2024년 수준에서 유지되고 배당총액만 완만하게 증가한다면 6%대 초반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예상대로 주주환원책이 이행될 경우 7%에 비하면 낮지만 기대수익률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바닥 수준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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