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반도체 3배 ‘속슬’ 4200억 순매수
레버리지 상품탓 지난 6개월간 37% 하락
美, 中반도체 규제안 다 나와 불확실성 제거
씨티 “지금이 반도체 섹터 매수 적기”
국내 서학개미들이 미국 반도체 섹터의 상승에 베팅하며 매수 규모를 키우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결국 4분기 긍정적 실적과 함께 내년에도 뉴욕 증시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한 달 동안(11월 4일~12월 3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속슬)’를 2억9723만달러(4195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순매수 기준으로는 전체 2위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를 1억532만달러(1486억원) 사들여 전체 9위 수준에 머무른 것과 대비된다.
다만 최근 ‘속슬’의 투자 성과는 좋지 않았다.
지난 3일 기준 29.73달러로 마감한 이 종목은 지난 1개월 동안은 -2%, 6개월 동안은 37.53%나 하락했다.
3배짜리 레버리지인만큼 오를 땐 많이 오르지만, 떨어질 때는 하락폭이 더 크다.
서학개미들은 반도체 섹터가 하락폭이 컸지만, 엔비디아와 AMD 등이 견조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시장의 눈높이가 커졌을 뿐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받아들 가능성이 크고, 내년에도 뉴욕 증시의 상승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추가 규제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2일(현지시간) 마지막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생산 및 반도체 설비 제조업체 140개 기업을 수출 제한 대상 기업으로 확대 지정했다.
나우라테크놀로지, 파이오테크, 시
캐리어 등이 포함됐다.
당초 알려진 200개 기업보다 줄어들었다.
월가에서는 내년에 반도체 섹터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는 글로벌 반도체 판매가 17% 성장했다는 점을 토대로, 2025년에 올해 대비 9%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는 “반도체 매도세의 최악의 상황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나로그디바이스(ADI), AMD(AMD), 브로드컴(AVGO),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 엔비디아(NVDA) 등 반도체 기업을 추천했다.
특히 반도체 섹터의 상승을 기대하는 핵심에는 결국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엔비디아는 최근 한 달 동안 3% 상승에 그쳤지만, 140달러를 다시 회복했다.
현재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 주가는 170.16달러로, 21%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삭소은행의 존 하디 전략가는 “엔비디아 주가가 2025년까지 25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
애플의 시장 가치를 두 배로 초과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예측도 내놨다.
트럼프 행정부 본격 출범 이후 증시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인플레이션 방어용 수단으로 완벽히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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