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
유상증자로 자금조달 나서
작년보다 조달액 81% 급증
실적 부진한데 주식수만 늘어
코스닥 올해 20% 떨어져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유상증자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적은 떨어지는 와중에 주식 수가 계속 늘어난 탓에 코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20% 하락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코스닥 상장사의 유상증자 규모는 1조69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81% 급증한 수치다.
코스피 상장사의 유상증자가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코스피 시장에선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2조509억원 규모로 실행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 줄어들었다.
이달 들어서도 코스닥 시장의 유상증자가 계속되며 이미 지난해 유상증자 규모(1조6928억원)도 뛰어넘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유상증자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약 1367억원의 자본금이 새로 조달됐다.
유상증자는 주식 가치 희석으로 인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바이오는 지난 15일 약 948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한 후 주가가 10.7% 하락하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상장사인
이수페타시스도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 주가가 22% 하락한 바 있다.
문제는 코스닥에서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이 대부분 운영자금이나 채무상환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외형 유지를 위해 주식 공급만 늘린 것이다.
주식 공급 과잉은 국내 증시 부진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코스닥 지수는 30.2% 상승했지만 시가총액은 무려 149.7% 늘어났다.
새로운 주식이 계속 공급되면서 주당 가치는 오히려 떨어진 셈이다.
나스닥 시장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지수가 312% 올랐고 시총은 337% 증가했다.
일본 니케이 지수는 같은 기간 99% 올랐고 시총은 94.1% 늘어났다.
시총 증가폭이 지수 상승폭보다 작은 것은 그만큼 주식 소각이 활발하게 이뤄졌단 뜻이다.
주식 수급 불균형은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연초 대비 코스닥 지수는 약 20% 하락한 상황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상증자 같은 기업의 자금 조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코스닥 시장에서는 주식 공급이 과도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운전자금이나 차입금 상환 목적의 유상증자가 많아 늘어난 주식 수에 따른 가치 희석을 완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 부
진도 주식 수 증가와 맞물려 시장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코스닥 상장사 중 1153개 기업의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어든 4조3075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유상증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회사채 발행 등 다른 자금 조달 방식이 여의치 않은 상황도 자리잡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스케일업금융’ 지원 사업은 축소되고 있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유동화증권으로 구조화한 후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 매각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스케일업금융 사업의 올해 예산은 1000억원이었지만 내년 예산은 600억원으로 줄었다.
매년 신청액이 1조원을 넘을 정도로 수요는 크지만 예산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김 의원은 “예산이 2019년 1000억원에서 4년 동안 삭감을 거듭하다 올해 겨우 1000억원을 회복했는데 내년에 다시 600억원으로 삭감됐다”며 “중소기업이 스케일업을 통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