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공모주 시장이 한산해진 사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광풍'이 불고 있다.

합병 상장을 위한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상장 첫날 큰 폭의 거래량을 보이며 주가가 널뛰고 있다.

횡보장 속 주도주가 부재한 상황에서 스팩주를 매개로 이른바 '단타 대회'가 벌어지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디비금융제13호스팩은 코스닥 상장 첫날인 이날 공모가(2000원) 대비 0.50%(10원) 하락한 19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58.5% 상승한 3170원에 형성된 이후 장중 한때 45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내 상승폭을 줄이며 소폭 하락 마감했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수급도 몰렸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120억원에 불과한데도 이날 하루 거래대금만 약 376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장주인 삼성전자(1조1068억원)와 SK하이닉스(9177억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거래량은 1억1121만건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1일에도 교보17호스팩이 상장 첫날 공모가(2000원) 대비 8% 오른 21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5380원까지 폭등했다.

시가총액은 약 100억원이지만 첫날 하루에만 약 6817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일반 공모주 신규 상장이 뜸해진 사이 투자자들의 관심이 스팩으로 집중된 모습이다.

디비금융제13호스팩과 교보17호스팩은 이달 중순 상장에 앞서 진행한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각각 115.24대1, 27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디비금융제13호스팩과 같은 시기 일반 청약을 진행한 토종 인프라 펀드 KB발해인프라는 0.27대1의 경쟁률에 그치며 미달을 기록했다.

교보17호스팩 직전에 일반 청약을 받은 엠오티도 경쟁률이 7.05대1에 그쳤다.


스팩은 일반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다.

합병 전까지는 공모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상장 자체를 호재로 삼아 주가가 첫날 요동치고 있다.

시가총액 자체가 100억원 안팎이다 보니 시세 변동이 더욱 큰 모습이다.

하지만 첫날만 지나면 거래가 줄고 주가도 공모가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투자자 사이에서 스팩이 인기를 끌자 증권사들도 잇달아 스팩을 내놓고 있다.

올 10월과 9월 스팩 신규 상장 건수는 각각 1건, 2건에 그쳤지만 이달에만 5개의 스팩이 새롭게 입성했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안에 인수할 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다만 주주들은 원금에 이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일반 공모주가 투자자 사이에서 외면받으며 증권사들도 스팩 합병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 기업 스카이칩스가 지난해 설립된 대신밸런스제16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포장이사 업체 영구크린이 2022년 설립된 IBKS제20호스팩과 스팩 존속 합병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방송인 조영구 씨가 3대 주주로 잘 알려진 회사다.

영구크린의 상장은 이번이 2017년 이후 두 번째 도전이다.

당시 IBKS제3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노렸지만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으로 심사를 거둬들였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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