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특수부대 파병이 바꾼 전쟁 역학
“중국-한일, 인도·태평양 힘겨루기
우크라에서 대리전 양상으로 확대“
|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장에 입장하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
자국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암묵적으로 승인한 미국의 전략 변경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의 동일한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의 개입 강도가 한층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외교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참여로 인해 이 전쟁이 한일중 3국의 ‘대리전’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하루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용 사용 승인을 허가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와 관련해 영국은 다음날 “우크라이나 전쟁 작전 세부사항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간접적 입장 표명으로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공격 용도 사용을 사실상 용인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나는 우크라이나 작전 세부사항에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모호한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FT는 이 같은 전략적 모호성이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톰 섀도 장거리 미사일의 공격용 사용을 눈감아주는 방식으로 허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국의 ATACMS와 별개로 양국이 공동 개발한 공대지 미사일 스톰섀도(최대 사거리 240km)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동일하게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는 조건을 걸었다.
프랑스는 영국보다 상대적으로 분명한 메시지로 자국이 지원하는 장거리 미사일의 용도 제한 해제를 풀었음을 확인시켰다.
이날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우리는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략하고 있는 곳에서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용도라면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이미 공개적으로 말해왔다.
그래서 새로운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전쟁 발발 전 우크라이나 귀속 영토였는데 현재 러시아에 함락된 곳이라면 자국이 지원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공격용으로 써도 이를 묵인하겠다는 의미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영토 공격 제한이라는 기존 봉인을 해제한 데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틀째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크렘린궁 대변인이 “이는 불에 기름 붓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수준으로 반발을 표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의 퇴임하는 행정부가 계속해서 불을 지피고 이 분쟁을 둘러싼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려는 게 분명하다”라며 미국의 전략 지침 변경을 통해 미국의 전쟁 개입이 질적으로 바뀌었음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미국과 그 위성 국가들이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며 “적절하고 명백한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외교안보 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는 북한군 투입과 미국의 에이태큼스 미사일 용도 제한 해제가 우크라이나전쟁을 ‘아시아 강국 간 대리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고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이 매체는 18일 “최소 1만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측에 배치된 것 이 외에도 중국과 일본, 한국의 역할이 변화하면서 대리전 양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전쟁 물자에 연관되는 전자기계장비의 러시아 조달 창구로, 북한은 탄약 등 재래식 무기를 조달하는 역할을 해오다가 북한군 투입이라는 새 변수가 생겨나면서 미국의 동맹인 일본과 한국 역시 종전의 제한적 참여에서 개입 강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한일 간 ‘힘의 역학’ 관계가 제3국 전쟁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포린폴리시는 “잘 먹이고 잘 훈련됐으며 정교한 작전 수행이 가능한 북한 특수부대의 투입이 전쟁 균형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고 전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