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에서 갈수록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향후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한국의 청년 1인 가구가 일본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 한국 청년은 결혼 걸림돌의 이유로 비용 부담을 손꼽았다.
결혼자금과 주거비,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이 점차 효과를 낸다면 혼인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17일 KB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 한국 1인 가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은 지난 2월 25~34세 80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고, 일본은 18~34세 4039명을 상대로 한 일본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최신 조사 자료를 가공해 비교했다.
향후 '결혼할 의향이 있다'는 청년 1인 가구는 한국이 64.5%, 일본은 80.6%로 일본이 훨씬 더 높았다.
다만 '전혀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한국 청년 비중은 7.2%, 일본은 19.4%로 일본의 비혼 의지가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 청년들은 결혼할 때 예상되는 어려움으로 결혼식과 행사 준비에 들어가는 결혼자금 마련을 첫손에 꼽았다.
결혼 의향이 있는 한국 청년 10명 중 7명(73.1%)이 결혼자금을 애로사항으로 봤는데, 일본은 47.6%로 상대적으로 이 비중이 작았다.
신혼집 마련 부담을 토로하는 한국 청년 비중(56.9%)도 일본(22.9%)에 비해 크게 높았다.
KB경영연구소는 "일본 청년 1인 가구의 비혼 유지 의지가 더 강했지만, 한국 청년은 결혼에 대해 유보적인 의향을 보여 향후 유동층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KB경영연구소가 한일 청년 결혼 인식도와 별도로 국내 1인 가구(25~59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생활 환경 평가를 보면 고물가·고금리, 경기 둔화 여파에 점차 삶이 팍팍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절반 이상이 부업에 뛰어들었음에도 여윳돈은 줄었고, 치솟는 물가에 집에서 밥을 해서 먹는 가구가 크게 늘었다.
1인 가구의 54.8%가 부수입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22년 당시 조사(42.0%)와 비교해보면 2년 새 12.8%포인트 증가했다.
응답자들은 부업을 하는 이유로 여유·비상자금 마련(38.7%),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18.7%), 생활비 부족(13.2%)을 꼽았다.
부업 활동으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광고를 시청하거나 특정 임무를 수행하고 보상을 받는 이른바 '앱테크' 비중이 42.1%로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78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월 소득 가운데 주거비·식비 등 생활비로 평균 40.8%를 썼다.
생활비 비중은 2년 전보다 2.1%포인트 늘었지만 여유자금 비중은 3.9%포인트(20.1%→16.2%)로 더 크게 줄었다.
한편 통계청의 '2024 사회조사'에 따르면 올해 20~29세 청년층 가운데 비혼 상태에서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 비율은 전체의 42.8%에 달했다.
2014년 같은 질문에 30.3%가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12.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결혼은 의무'라는 사회적 인식이 과거에 비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인 결혼관에 대한 젊은 층 생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비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 변화는 실제 출산율로도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는 1만900명으로 전년보다 1100명 증가했다.
전체 출생아 중 비혼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198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 상태를 유지하거나 동거가 늘어나는 흐름과 맞물린 현상이다.
[김정환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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