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발표한 강남 서리풀지구. 매경DB

"아이를 낳으면 20년 후 아파트를 싸게 분양받을 권한을 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죠. 하지만 아무리 가격을 시세보다 10~20%보다 낮게 해도 비싸질 강남권 아파트를 쉽게 분양받을 사람들이 많을까요?"
정부가 5일 서울과 인근 지역을 포함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지역 4곳을 발표한 이후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 발생하는 '개발 이익의 사유화'는 최소화하고, '미래 세대에게 주거지 제공'이라는 공공성은 최대한 확보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예상과는 다른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과 신원동 등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되는 주택 2만가구 중 1만1000가구(55%)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II(미리 내 집)로 예정됐다.

장기전세주택II는 신혼부부나 예비 신혼부부에게 최장 20년 주거를 보장하는 임대주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임 1기 시절 내놓았던 시프트 주택의 '시즌2'라고 할 수 있지만 당시와는 차별점이 있다.

입주 이후 자녀를 출산하는 가구의 경우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둘째 출산 가구는 시세 대비 90%, 셋째 이상 출산 가구는 시세 대비 80%에 분양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 조항이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임대아파트의 분양 전환 가격 때문에 입주민과 정부 사이에 논란이 심하게 붙었던 '10년 공공임대' 사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10년 공공임대는 임대료를 내고 거주하다가 10년 후가 되면 살던 아파트를 '감정평가액'으로 분양받는 제도다.

문제는 감정평가액이 대개 시세의 80~90% 선에서 결정되는 만큼 분양 전환 당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 입주자가 분양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입주 이후 가격이 급등했던 판교신도시나 위례신도시에서 입주민이 강하게 반발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임차인들은 "분양 가격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산정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논란은 계속됐고, 국토부는 2020년 초 '10년 공공임대주택' 제도를 사실상 폐지한다.


전문가들은 '미리 내 집'이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분양 전환 가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국토부가 최근 내놓은 '분양 전환형 매입임대주택'은 훨씬 정교한 기준을 갖췄다.


분양 전환 가격은 입주 시 감정평가금액과 6년 후 분양 시점의 감정평가금액의 평균으로 산정한다.

분양 전환 시점에 감정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 국토부는 상한을 설정해 입주자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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