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패키지 수험생 할인”...멈추지 않는 비급여장사에 줄줄 새는 실손

물리치료비용 올 11% 늘어
횟수 제한없어 ‘규제 공백’

도수치료 기관서 한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승환 기자]

# 16세 A군은 최근 허리 통증으로 경기 과천의 한 소아청소년과를 찾았다.

진료 후 의사는 A군에게 “공부할 때 자세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자세 교정 목적의 도수치료를 권했다.

이후 A군은 해당 병원에서 4년 동안 회당 20만원이 넘는 도수치료를 받았다.

병원에 다니는 4년간 A군의 부모님이 낸 도수치료비만 2800만원에 달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생애 주기별 도수치료나 비만 관리처럼 치료 목적이 아닌 패키지 상품을 파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수능을 친 수험생을 대상으로 체형 교정을 위한 도수치료 할인 이벤트를 여는 식이다.

비만 환자에게 기계치료를, 발기부전 환자에게 체외충격파 치료를 추천한 사례도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손해보험 5개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에서 물리치료에 대해 지급된 보험금은 총 89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었다.

물리치료는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를 포함한다.

이 중 의원급 의료기관인 1차 병원 몫은 3671억원으로 집계됐다.

비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은 3160억원으로 전체의 86%에 달했다.

1차 병원 물리치료 보험금의 비급여 비율은 2차 병원(79%), 3차 병원(56%)보다 훨씬 높았다.

대형 병원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의원에서 실손보험 제도를 악용해 ‘비급여 장사’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의미다.


환자에게 물리치료 패키지 결제 유도가 가능한 것은 규제 공백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의료기관 규모가 작을수록 감시망을 피해 느슨한 규제의 틈을 파고들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은 도수치료의 횟수, 치료 기간, 실시 주체를 규정하고 있다.

반면 비급여는 별도의 규제나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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