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기 상황이 이어지면서 4대 금융그룹의 대출 중 연체가 3개월 이상인 자금 규모가 올해 들어 3분기 만에 3조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내준 대출 중 이자를 못 벌어들이는 돈도 10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경기 침체에 기업과 가계 모두 돈을 갚는 데 어려움이 생기며 금융사의 건전성도 위협받는 모양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은 13조379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말 10조5360억원에서 3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고정이하여신은 고정, 회수의문 등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여신을 의미한다.
여신 총액에서 고정이하여신이 많을수록 부실 자산 비중이 높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고정이하여신 총액이 치솟으면서 부실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인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2022년 말에는 0.5%가 안 됐지만 올해 3분기에는 0.76%로 상승하며 1%대를 바라보게 됐다.
이자를 전혀 벌어들이지 못해 '깡통 대출'로 간주하는 무수익 여신도 불어나고 있다.
2022년 말 5조원대였으나 올해 3분기 말 9조9310억원에 달한 것이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1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사의 자산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는 건 불경기의 징표로 풀이될 수 있다.
기업과 가계 모두 돈을 갚을 능력이 떨어지며 연체가 증가하는 것이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기업의 상환 여력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기업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이 2023년 말 8716억원에서 올해 3분기 1조1836억원으로 35% 뛰었다.
같은 기간 가계의 고정이하여신이 5%가량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