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업계는 정부가 14일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방향성은 맞는다"면서도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건설 경기 침체 때문에 PF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자기자본비율 강화 방안까지 시행되면 사업 환경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행사의 자기자본에 따라 금융사 대출 금액을 조절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 크다.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이날 공동으로 입장을 발표하고 "정부 대책은 부동산 PF 사업의 근본적인 구조 개선을 통해 경제 위기마다 반복되던 고질적인 한국형 부동산 PF의 문제점을 해소할 것"이라며 "국내 PF 사업 선진화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 업계는 앞으로 책임 준공 관련 불공정 요소 개선과 부동산 PF 수수료 관행 개선에 대해 민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정부에 의견을 전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속사정을 따져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정부 개선안은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토지주가 PF 사업에 현물을 출자할 경우 세제 혜택과 용적률 완화 혜택 등을 부여하는 대신, 금융사의 대출 금액을 조절하는 방안을 함께 담았다.
하지만 개발 업계에서는 인센티브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A시행사의 한 임원은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와 관련한 내용이 전혀 구체적이지 않다"며 "디벨로퍼 입장에선 이익 산출을 정확히 따질 수 없는데, 다른 사업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는 정책이 개발 업계에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걱정도 내놓았다.
현금을 많이 보유한 일부 대형 개발 업체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견 B시행사 대표는 "사업성 있는 토지를 매입하려면 수천억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기존에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소수의 디벨로퍼 외에는 부동산 PF 사업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 때문에 금융당국의 대출 관행이 더 깐깐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강제'로 해석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부동산 PF 사업에서의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해 금융 시장의 리스크가 커졌다"며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들이 나와야 업계의 참여를 유도하고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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