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시대에 대비해 중국 반도체 업계가 외국산 반도체 장비 구매를 늘리는 한편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국산화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업계는 외국산 반도체 장비 구매를 늘리면서 트럼프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9월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241억달러(약 33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반도체 기판인 실리콘 웨이퍼에 고도의 복잡한 회로를 새겨 넣는 노광 작업을 위한 노광 장비 수입액은 35.4% 증가한 79억달러였다.
이 중 70억달러어치가 네덜란드 ASML 등으로부터 수입했다.
다만,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력을 고려해 올해 말로 만료되는 ASML의 대(對)중국 유지·보수 서비스와 예비 부품 제공 라이선스를 갱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중국 업계는 미리 노광장비 구매를 늘리는 한편 노광장비 국산화를 이룩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원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3440억위안(약 64조3300억원) 상당의 3기 빅펀드를 출시하는 등 반도체 기술 자립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중국이 반도체 심자외선(deep ultraviolet, DUV) 노광장비의 국산화에 의미 있는 기술적 진전을 성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주요 기술 장비’ 리스트를 통해 자국이 DUV 노광장비 2종을 개발해 중대한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들에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국가 및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고, ‘자급자족’을 두 배로 늘리는 전략이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은 주가가 연중 40%, 지난 6개월간 66% 올랐는데, 중국 반도체 자립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7%로 처음 대만 UMC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고, 2분기에도 3위를 지켰다.
한편,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오히려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전쟁에서 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블룸버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무역 전쟁이 오히려 중국 기술을 발전시켰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8년 전 처음 대통령이 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 없이도 대체되는 무역 경로를 꾸리기 시작해 중국 경제가 상당히 도약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2기 때도 관세로 위협해 무역 전쟁을 선포하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고립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