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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사옥 전경. <한화> |
한화그룹의 스폰서 리츠인
한화리츠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화그룹 본사사옥인 서울 장교빌딩 편입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구주주 청약 미달로 일반 공모청약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우량 오피스 자산을 편입함에도 시장 설득력이 부족해 나타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은
한화리츠의 자금 모집이 성공할 지에 대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리츠는 지난 11~12일 이틀간 진행한 구주주 대상 유상증자 청약에서 77.62%의 청약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진행된 다른 리츠 및 인프라펀드의 유상증자 청약 결과와 대조된다.
앞서
맥쿼리인프라,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신한알파리츠,
삼성FN리츠,
롯데리츠 등은 구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청약 물량이 모두 완판됐다.
하지만 역대급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 까닭에
한화리츠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 9월
한화리츠는 장교빌딩 매입을 위해 발행한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상환 목적으로 약 47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화리츠 측은 그간 주주들에게 장교빌딩이 우량 부동산 중 하나로 편입 시 장기 수익성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한화리츠는 지난달 24일 한국리츠협회에서 주관한 투자간담회에서 유상증자 이후 연간 주당 270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고 금리 인하 시점에 맞게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을 진행해 수익성을 개선해왔다고 했다.
실제로
한화리츠가 편입하는 장교빌딩은 서울 업무 핵심권역(CBD)에 위치해 시장에선 우량 오피스 중 하나로 꼽힌다.
거래가도 3.3㎡당 3590만원 선으로 CBD 평균 거래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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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리츠 유상증자 주주서한 내용 중 일부[사진 출처=한화리츠 주주서한 갈무리] |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좋지 않았다.
당시 3000억원 초중반 대의
한화리츠 시가총액에 비해 약 1.5배에 달하는 자금을 모집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한화리츠의 주요 스폰서인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이 유상증자 전체 물량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기로 했지만 주주들이 투매에 나서며
한화리츠의 주가가 흘러내렸다.
현재
한화리츠의 주가는 3550원으로 공모가(5000원) 대비 29% 빠졌다.
시총 규모는 약 2506억원이다.
최근 거래된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도 헐값에 거래됐다.
첫 거래일인 지난달 23일 시초가 92원으로 출발했지만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1원을 거래를 마쳤다.
증자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주주들이 낮은 가격에 신주인수권을 팔아치운 결과로 해석된다.
프리IPO 단계부터 기관 투자자로 참여했던 교보생명도 유상증자 미참여에 따라 신주인수권을 매도했다.
이로써
한화리츠 보유 지분율이 5.67%에서 2.23%로 줄었다.
이번
한화리츠의 유상증자의 청약 미달로 악화된 리츠 시장의 투자심리가 전면에 드러났다는 시장 안팎의 의견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량 자산을 편입함에도 일반 주주들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유상증자 추진 목적과 배경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게 안타까운 결과를 낳았다”며 “시장의 자금이 마른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한화리츠의 자산관리회사(AMC)인 한화자산운용은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향후 수익성 개선에 힘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최대주주의 지분율 변동이 크지 않아 일반 투자자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장교빌딩은 향후 자산가치가 늘어날 걸로 예상되고 우량 자산을 리츠로 자산을 넘기는 자산 재조정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배당의 안정성 측면에서 장교빌딩의 편입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화리츠는 오는 14~15일 간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할 방침이다.
진행 후에도 미청약된 잔여주식에 대해선 대표주관회사 및 인수회사가 인수 비율대로 인수할 계획이다.
대표 주관은 한국투자증권, 인수회사는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 하나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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