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구애로 물 만난 조선株…친환경 주식은 '시들' [다시 트럼프 시대]

◆ 2024미국의 선택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희비가 교차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친환경 정책 후퇴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정책 방향에 따라 산업별 전망이 엇갈리면서 주가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조선·방산 등 트럼프발(發) 호재가 예상되는 종목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을 언급한 영향으로 조선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한화오션은 21.76% 오른 3만3850원에 거래를 마치며 코스피 종목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HD현대마린솔루션 등 다른 조선 관련주도 각각 15.13%, 9.17%, 8.11% 오르며 호조를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세계적인 건조 군함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도 긴밀하게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분야에서 윤 대통령과 좀 더 이야기하길 원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증시에선 방산 관련주의 반등도 돋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세계 주요국에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면서 새로운 수출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52%, LIG넥스원은 3.66% 오르며 나란히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국항공우주도 1.82% 상승세로 장을 마감하며 상대적으로 소폭 올랐으나 장중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코스피 종목 중 이날 주가 상승률 2위를 기록한 세아베스틸지주도 방산 관련 종목으로 엮이며 수혜를 입었다.

전장 대비 21.27% 오른 2만3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인상 및 무기 구매 증가 기조 가속화로 한국과 NATO의 협력 강화를 비롯한 중장기적 방산 수출 기회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와 반대로 2차전지와 태양광 등 친환경 관련주는 일제히 약세로 장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투자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SDI는 세 달 만에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3.52% 하락한 28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도 4.51%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1.15% 떨어지며 전장 대비 하락폭은 줄었다.


배터리 소재 종목 중에선 엘앤에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엘앤에프는 이날 7.83% 하락한 10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2차전지주 중 상대적으로 낮은 하락폭을 보였으나 뒤늦게 영향을 크게 받았다.


태양광 관련주도 줄줄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태양광 모듈과 솔루션 사업 등을 영위하는 한화큐셀의 모기업인 한화솔루션은 이날 5.87% 하락한 1만8920원에 거래를 마무리하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며 태양광 관련주로 평가받는 OCI홀딩스와 사업회사 OCI도 각각 4.98%, 4.76% 하락하며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집권 1기에는 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 방식의 가격이 비싸고 전력 생산량이 적어 효율이 떨어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으로 집권할 경우 IRA 세액공제 보조금이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관련 기관의 IRA 집행과 정책 방향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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