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임대차계약, 보증 취소’ 규정
세입자 잘못 없어도 보증금 못받아
공정위, 관련 조항 시정 권고
|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가 지난 5월 24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 = 연합뉴스] |
현재 전세사기 등을 목적으로 임대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허위로 보증을 신청하더라도 공사가 일방적으로 보증을 취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는 잘못이 없음에도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약관이 부당하다며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임대인 잘못으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보증을 통해 임대보증금을 돌려받기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일 HUG에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관련 약관을 시정하도록 권고했다.
문제가 된 약관은 민간임대주택의 임대인(주채무자)이 사기 또는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근거로 보증을 신청한 경우 임차인(보증채권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HUG가 보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임차인의 잘못 없이도 임대인의 귀책사유만으로 HUG가 보증을 취소해, 임차인이 임대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게 된다.
실제 그동안 HUG는 이 조항을 근거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보증을 이행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무자본 갭투자를 한 1명에게 임차인 150여 명이 전세보증금 190억 원을 떼였는데도 HUG가 보증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 역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신고로 이뤄졌다.
|
심사대상 약관 조항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임차인 잘못이 없는데도 임대인 귀책사유만으로 보증을 취소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보험계약자의 사기, 고의, 중대 과실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책임이 없으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상법의 취지에도 반한다고도 판단했다.
문제의 조항은 상법 규정과도 충돌한다.
상법은 보험계약자의 사기·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책임이 없다면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이밖에 국민의 주거 안정이란 민간임대주택 제도의 목적에도 맞지 않고, 보증계약에 따른 임차인의 기본적 권리(보증금을 반환받을 권리)도 제한하는 약관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시정권고를 받은 HUG는 문제가 된 조항을 60일 안에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정명령에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HUG는 개인임대사업자뿐 아니라 법인임대사업자, 개인 간 임대를 대상으로 한 보증 상품에도 유사한 조항을 넣어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역시 수정하도록 협의할 방침이다.
다만, 약관이 바뀌더라도 이미 체결된 임대차 계약에 소급 적용되진 않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민간임대주택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유형은 다세대주택(30.7%), 오피스텔(20.8%), 다가구(18.2%) 등 서민주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피해자도 40세 미만 청년층이 다수(74.27%)였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