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니 어떻게 먹고 사나”…대출 옥죄기 후폭풍에 임차인 비명

전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1년 만에 7.2포인트 상승
고가 월세거래도 속출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월세 안내 문구가 적혀 있다.

[이승환 기자]

정부와 금융권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서울에서 고가 월세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가 매매·전세 대신 월세시장으로 다수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치솟는 가계부채로 인한 불가피한 정부 조치라면서도 가계 수입에서 월세 비율이 커지면 삶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5일 KB부동산의 월간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18.0으로 전년 동기(110.8) 대비 7.2포인트 올랐다.

이는 전용 95.86㎡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2015년 12월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약 9년 만의 최대치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는 지난달 5일 보증금 5억원, 월세 175만원에 새 세입자를 들였다.

7월 동일 평수가 보증금 5억원, 월세 90만 원으로 계약된 것을 감안할 때 두 달 사이 월세가 약 2배 상승한 셈이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도 작년 10월(113.1)에서 119.6으로 6.5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기( 120.7)와 인천(119.6) 월세지수는 전년 대비 각각 6.1포인트, 6.5포인트 올랐다.


한 달 월세가 2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월세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서울의 20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 거래는 총 13건이었다.


올해 전국에서 초고가 월세 거래가 가장 많았던 단지로 꼽힌 성동구 ‘트리마제’에서는 또 한 번의 고가 월세 계약이 이뤄졌다.

152㎡가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2000만원에 최근 계약됐다.

이 단지 200㎡는 지난 5월 보증금 3500만원, 월세 3500만원에 세입자를 맞기도 했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의 월세 비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월세 거래량은 1만9738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 중 41.9%가 월세였다.

이는 전월(35.9%)보다 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시장에서는 월세 세입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경우 비아파트 시장과 수도권 외곽까지 월세 오름세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로 인한 대출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거주 목적의 실수요 임차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전세대출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같은 규제가 적용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 만큼 월셋값 상승, 매물 품귀 등 시장 풍선효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9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월세통가격지수 101.82로 전월(101.67) 대비 0.15%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오피스텔 월세지수는 8월(101.21)보다 0.13% 뛴 101.3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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