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시작된 고금리 기조가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금리 인하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하지만 국내는 다르다.

프라임급 상업용 오피스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말 그대로 '활황'이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카스텐 켑베디스 누빈자산운용 아태지역 매니징 디렉터(총괄)는 국내외 큰손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만큼 한국의 상업용 오피스 부동산 투자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봤다.


전 세계적인 재택근무 트렌드의 영향을 적게 받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기업들의 업무나 경영 개선 요구가 많아져 오히려 오피스 입주 수요가 늘었고 공실률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도 안정적으로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한다.


켑베디스 총괄은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경기 사이클 및 전술적 관점에서 내년도 저금리 환경 기대감으로 해외 보유 자산을 청산하고 한국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올해 한국 경기가 다소 부진했지만 내년엔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3대 중심업무지구(강남·여의도·도심권역)에 대한 오피스 수요는 공급을 계속 초과할 것"이라며 "도심권역(CBD) 지역은 2028년까지 공급이 기존 물량의 약 14%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가 속한 누빈자산운용 산하 부동산 전문 투자사 누빈 리얼에스테이트는 실제로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의 우량 오피스를 인수하며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누빈 리얼에스테이트가 사들인 정동빌딩은 서울시 중구 정동길 21-15에 있는 지하 5층~지상 20층 규모의 복합 오피스 자산이다.

김앤장법률사무소, 뉴질랜드·노르웨이·네덜란드 대사관 등이 입주해 있다.

인수가액은 약 3500억원이다.


켑베디스 총괄은 다만 해외 상업용 오피스 시장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길 권했다.

한국과 다르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공실률이 치솟았고 이에 따라 투자 수익률도 다소 떨어진 상황이다.

그는 "미국의 상업용 오피스 공실률이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판단하는 가격 수준까지 가치가 하락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켑베디스 총괄은 다른 영역에서도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여기에 투자하는 부동산 자산들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바뀌는데 단순히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건설 프로젝트 투자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고 했다.


켑베디스 총괄은 한국 시장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에도 상업용 부동산 투자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의료용 오피스와 노인 주거시설 등 장기적인 인구통계학적 변화의 혜택을 받는 분야가 유망할 것"이라며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도시의 오피스 빌딩을 개조함으로써 노인 돌봄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누빈 리얼에스테이트는 전통적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분야인 오피스, 물류센터 외에 생명과학(바이오), 공유창고, 공동생활용 주거(코리빙), 호텔, 학생 주거 등 다양한 대체 부동산 자산에도 투자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있지만 여전히 금융 시장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켑베디스 총괄은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저금리 시대와 다르게 현재는 특정 상업용 부동산 자산 분야 혹은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 투자하는 걸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경제 성장 사이클을 고려해 균형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켑베디스 총괄이 속한 누빈 리얼에스테이트의 운용자산(AUM)은 27억달러(약 3조7350억원)에 달한다.

그는 누빈 리얼에스테이트에서 아태지역 부동산 투자전략, 인수, 자산관리, 구조화 등을 책임지고 있다.


한편 켑베디스 총괄은 이달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매일경제와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공동 개최하는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GAII 2024)에 연사로 나선다.

GAII 2024 참가 등록은 오는 10일 자정까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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