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 일부 종목 ‘따블’ 나오자
수요예측 과열돼 공모가 ‘뻥튀기’
상장 일정 겹치며 수급은 불안정
금투세 폐지로 수급 개선 전망도
|
[사진=연합뉴스] |
10월 말 들어 새내기주들이 증시 입성 첫날부터 연이어 20% 넘게 하락하며 공모주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일반 주식이었다면 대다수 종목이 하한가였거나 그 목전에 갔던 셈이다.
연말 들어 공모주 투심이 악화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낙폭이 유독 과하다는 분석이다.
8~9월 일부 종목이 ‘따블(공모가 2배)’에 성공하자 수요예측이 과열됐고 공모가가 재차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종목간 상장 일정이 겹치며 수급은 불안해 밸류에이션을 지탱하지 못했던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향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개인 수급의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공모주 시장에도 훈풍이 불리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역대 상장 당일 주가 하락폭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7개가 최근 2주새 상장한 종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7개 종목의 평균 주가 변동폭은 무려 -24.31%에 달한다.
신규 상장주는 지난해 6월부터 첫날 기존 가격제한폭(-30~+30%)과 관계없이 공모가 대비 40%까지 하락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5일 코스닥에 상장한 질화갈륨(RF) 반도체 기업 웨이비스와 이방성전도필름(ACF) 기업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이 각각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7.40%, 22.82% 하락했다.
지난 1일까지 에이럭스(-38.25%), 탑런토탈솔루션(-23.67%), 씨메스(-23%), 클로봇(-22.54%), 성우(-12.5%)가 모두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큰 하락세를 보였다.
통상 신규 상장 종목의 경우 주관사가 적정하다고 평가한 기업가치에 약 10~30%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낙폭이 과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래 연말이 될수록 공모주 일정은 많이 몰리고 기관들은 북클로징에 접어들면서 공모주 주가가 약세를 보여오긴 했다”면서도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공모주 주가가 유독 많이 빠지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가가 유독 부진했던 종목 가운데에는 복수 상장이 진행됐던 경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수급이 분산되면서 주가가 더욱 힘을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5일 함께 상장한 웨이비스와 에이치엔에스하이텍 외에도 상장일 역대 최대 하락폭을 갈아치운 에이럭스는 같은날(1일) 탑런토탈솔루션과 동시에 상장하며 주가가 나란히 부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수요예측 과열에 따라 공모가가 크게 부풀려진 점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장 최근 상장했던 새내기주 7개 가운데 6개가 많게는 희망범위 상단을 30% 가까이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했다.
탑런토탈솔루션 공모가가 희망범위 상단을 28.6% 웃돈 데 이어, 씨메스(25%), 웨이비스(20%), 클로봇(19.3%), 에이럭스(18.5%), 성우(10.3%) 순이었다.
한 공모주 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대표는 “공모주펀드가 수익을 내려면 일단 공모주를 무조건 받는 게 중요하다”며 “공모주 투자 경쟁률이 치열해지다 보니 과배정 리스크는 제한적이고 기관들은 묻지마식으로 ‘상초(상단 초과)’ 베팅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날부터 주가가 빠지는 종목이 계속 나오다 보니 공모가가 자연스레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금투세가 폐기 결정된 점이 향후 공모주 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공모주든 뭐든 상장 주식으로 수익이 나면 세금을 내야 해 최근 개인들이 시장을 관망하던 측면이 있었다”며 “코스닥 중심의 공모주 시장에도 개인 수급이 더 붙을 여지가 마련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