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공동주택의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의무화됨에 따라 공사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민간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내년 6월부터 신규 민간 건축물의 '제로에너지' 기준 준수가 의무화되면서 건설사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의무화 대상은 민간 아파트 등 공동주택까지 모두 포함한다.

기준을 맞추려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설비가 필요하고 이는 가뜩이나 급증하고 있는 공사비 부담을 가중시켜 분양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업체는 내년 아파트 등 신축 공사 때 신재생에너지 생산 계획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옥상에 설치하는 태양광 설비를 기존보다 늘리는 방안이 대부분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4월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주택 건설 기준을 마련해 이를 내년 6월부터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 공동주택에 대한 친환경 건설 기준은 2009년 10월부터 적용돼 오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그 기준이 '제로에너지' 수준으로 강화된다는 점이 골자다.


기존에는 1차 에너지(수력·화력·원자력 등)로 얻는 전기를 연간 1㎡당 120kWh 이내로 써야 했다.

하지만 새 기준은 100kWh 이내로 써야 해 기준이 17%가량 강화된다.

나머지 전력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현관문과 창호의 기밀 성능(실내 공기가 밖으로 새는 것을 최소화하는 성능)은 무조건 1등급을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이러한 기준 강화에 따라 전용면적 84㎡ 기준 주택 건설 비용이 130만원가량 추가될 것이라고 예측해 발표했다.

그러면서 매년 22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기 때문에 5.7년 정도 지나면 추가 건설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실제 추가 비용이 국토부 예상치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옥상에는 구조물이 많고 옆 동에 의해 발생하는 그림자도 있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이 그리 넓지 않다"며 "아파트 벽면에 설치할 수도 있지만 이는 공법상 옥상 설치 때보다 더 큰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84㎡ 기준) 260만~270만원 정도는 더 소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가 제로에너지 기준을 적용하면서 사업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선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사업계획 승인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에너지 절약 성능 계획서 작성을 간소화해준다는 정도에 그친다.

분양가 심사를 위한 제출 서류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서 첨부도 허용해준다.


건설업계는 나름대로 대비책 마련에 나서면서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태양광 패널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설치해야만 승인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자구 노력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략 3가지다.


시공사가 한국전력으로부터 신재생에너지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을 거쳐 사들이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도 있다.

또 시공사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지분참여 방식으로 투자할 때에도 제로에너지 인증 기준을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측도 지난 10월 정부의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 발표 전에 "도심이나 고층 빌딩, 지하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방식의 신재생에너지 구매 노력이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정부는 아직 대안을 내놓진 않고 있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기준(100kWh)을 변경하기는 곤란하지만 업계 목소리를 고려해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 보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주택 건설 취지는 좋지만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이러한 제도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조합과 시공사 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통해 친환경 주택을 장려하는 게 옳은 만큼 국토부는 시장 상황을 자세히 살펴 가며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