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을 대목을 놓친 국내 의류 관련주가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심리 개선이 본격화되면 의류 브랜드사의 수출 실적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바람이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주요 의류주가 밸류업지수에 포함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향한 기대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코스피 섬유의복지수는 8.6%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의류 관련주로 구성된 코스피 섬유의복지수는 같은 기간 코스피 업종별 지수 가운데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승폭이 두 번째로 큰 화학지수(4.57%)와 비교했을 때 두 배에 가까운 상승폭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55%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의류 관련주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인 종목은 대장주인
F&F(17.88%)였다.
지난 8월에 4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던
F&F는 최근 7거래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상승하면서 주가가 7만원 선 문턱까지 치솟았다.
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지수에 편입된
한세실업은 지난달 24일 이후 4.7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6.55%)과
한섬(1.6%)도 상승했다.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과는 반대로 의류주의 3분기 실적 눈높이는 낮아지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F&F 내수 매출은 전년보다 7% 줄어들 전망이다.
휠라홀딩스(-2%),
신세계인터내셔날(-8%),
한섬(-5%) 등도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월까지 더위가 이어지면서 가을·겨울옷 판매가 부진했던 데다 의류 소비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의 8월 소비는 가을 의류 판매가 저조하면서 전년 8월보다 5.4%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내수 시장에서 성장이 제한적인 의류주가 중국의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반등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F&F는 MLB 브랜드가 중국에서 '신명품' 입지를 다졌고,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또한 중국을 공략하며 중국 경기 회복의 수혜주로 꼽힌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매출 비중이 40%에 달하는
F&F와 20% 수준인
휠라홀딩스 등 중국 노출도가 높은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며 "내년에 중국 시장에서 수요 개선만 확인된다면 중국발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F,
휠라홀딩스,
한세실업이 밸류업지수에 '깜짝' 편입되면서 의류주의 주주환원이 투심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휠라홀딩스는 2026년까지 배당성향을 50%로 올리겠다고 밝혔고,
한세실업은 2019년 이후 히스토리컬 주당배당금으로 500원을 내걸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섬유, 의복 업종에서 최근 몇 년간의 실적 부진을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으로 보상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주주환원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나 해외 실적이 향상될 기업으로 투심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 의류 구입비를 공제해주는 '직장인 의복 공제법' 발의가 호재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자가 구입한 의복 구입비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50만원 한도 내에서 공제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법안과 오는 4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의류 섹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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